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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한 지 1년이 됐지만 전셋값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고 재건축 이주 수요와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세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전셋값 3주째 오름폭 확대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올라 3주 연속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8월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을 앞두고 급등한 뒤 꾸준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2·4 공급대책 발표 직후 잠시 안정세를 나타내는 듯 했지만 6월 이후 0.1%대로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진 곳은 서초구다.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6월 한 달간 1.66% 올랐다. 지난달 서초구 반포 1·2·4주구 2200여가구가 이주를 시작했고, 오는 9월부터 반포 3주구 이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 인근에서 전셋값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리오센트 전용 133㎡는 지난 16일 27억원(25층)에 전세거래가 이뤄지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1억원(15층)에 거래된 이후 7개월만에 6억원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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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세시장 불안이 비단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동구),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전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단지’ 전용 114㎡는 지난달 11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 전용117㎡도 전달 대비 1억원 오른 12억원에 전세 거래가 됐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실거주 요건 강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세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세입자들이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줄었고, 갭투자 차단을 위해 대출·양도세·재건축 등에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들이 더해지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2년 의무를 철회한 이후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의 경우 전세 매물이 182건으로 일주일전보다 2.5배 늘었다.
◇입주물량 감소…전세난 장기화 전망
임대차법으로 촉발된 전세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3141가구로 상반기(1만7723가구)보다 25.9% 적다. 서울의 내년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든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계약 갱신과 전세의 월세화,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물량이 당장 늘어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서 “정비사업 이주 수요와 방학 이사 수요 등이 움직이면서 하반기에도 전세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대차법 1년 도입 직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내년 7월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전세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고준석 동국대 법학교수는 “임대차법은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를 계약할 때 4년치 임대료 인상 금액을 감안해 전셋값을 대폭 올려 받는 현상을 야기했다”면서 “임대차법이 이중 가격을 형성하고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주인은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하고 세입자는 버티고자 한다”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 역시 임대차법으로 발생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