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걷는 화학주…"저유가가 호재는 아니다"

고준혁 기자I 2020.05.13 18:23:54

연휴 후 롯데케미칼·LG화학 각각 13%, 6.5%↓
"저유가니까 비중확대, 잘못된 생각"
"결국 제품가격도 같이 하락"
롯데케미칼 영업익 전망치 꾸준히 하락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화학업체들이 결과적으로는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재료값이 줄어 비용 측면에선 당장엔 이득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제품가격도 낮아져 총이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마켓포인트)
◇외국인, 연휴 기점으로 ‘순매도중’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표적인 화학주인 롯데케미칼(011170), LG화학(051910) 주가는 황금연휴 이후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종가 21만5500원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이날 18만7500원에 마감해 13.0%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37만6500원에서 35만2000원으로 떨어져, 6.5% 하락률을 보이며 상대적으론 선방했다. 그러나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0.4% 내린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을 보인 셈이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두 종목 주가는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총 9거래일간 하루(5월12일)를 제외하고 롯데케미칼 주식을 순매도했다. 해당 기간 개인이 연속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LG화학의 경우도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간 개인은 순매수한 데 비해 외국인은 순매도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점을 찍은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반등과 함께 올랐던 만큼, 이에 대한 차익 실현으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4월 중 17.8%, 29.4% 반등한 만큼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 다소 반등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22일 배럴당 13.5달러를 기록했다가 전날 26.9달러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원유 가격 상승은 화학업체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 요인이다.

◇“화학업체 ROE·유가, 연관 없어”

이와 함께 대표 화학주가 하락한 원인은 중장기적으로는 저유가가 화학에 수혜가 아니라는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18년까지 28년간 세계 10대 화학업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유가와의 추이를 분석했을 때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올랐을 때 오히려 ROE가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저유가는 곧 화학업체에 이득이란 통념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저유가가 화학제품 원재료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제품가격 또한 유가에 연동돼 궁극적으로 하락하는 탓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볼 때 저유가 때문에 화학의 원재료인 납사(naphtha) 가격이 급락해 이득을 보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결국 제품가격도 같이 하락하기 때문에 저유가 때문에 기조적으로 화학주 비중확대를 해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금의 공급증대 국면이 마무리되려면 최소 2024년까진 기다려야 한다”며 “현재 유가에서 더 떨어질 확률은 크지 않지만 기간을 늘려 볼 때 유가 L자형 국면을 생각해야 하는 등 오일 공포는 여전하다는 걸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학업체들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전망은 감소세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전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8723억원인 반면, 1개월 전엔 6864억원, 이날 기준으로는 5490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1조4878억원에서, 1조2475억원으로 줄었다가 이날 기준 1조3253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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