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정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401억여원을 추징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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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소위 `한보 사태`로 우리나라가 IMF에 도움을 요청한 상황에서 주식 600만주가 담보로 제공되거나 압류당하자 수천만 달러를 빼돌렸다”며 “해외 도피 중에도 경영에 관여하면서 남은 주식을 헐값에 매각해 도피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최후 진술에서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기약 없는 도피 생활을 했다”면서 “도피는 내 정신을 황폐하게 했고 고통과 싸우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죄책감 때문에 죽을 때까지 수감 생활을 통해 참회하고 싶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이중적 마음이 들어 괴롭다”며 “죗값을 치르고 가족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울먹였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327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한화 320억여원)를 횡령한 뒤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원은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자신이 실소유주인 동아시아가스의 자금 약 66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정씨는 1998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달아났지만, 에콰도르·미국 등과의 공조 아래 행방을 쫓던 검찰에 지난해 6월 붙잡혔다.
정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일 오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