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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1위 업체인 대상 고위 임원 1명은 지난 16일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24명은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착수 후 두 달 만에 담합의 전모를 밝혀냈다. △전분당 가격 일반 담합(담합 규모 약 7조2980억원) △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농심·오비맥주·하이트진로·포스코 등 6개 대형 실수요처에 대한 입찰 담합(약 1조16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약 1조8380억원) 등 담합 규모는 총 10조1520억원에 달한다.
수사 결과 전분당 4사는 제품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기본합의)하면서도 담합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업체별로 거래처에 제안할 가격 인상·인하 폭을 달리하고 공문 발송 시기도 엇갈리게 정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매입찰을 통해 전분당을 구매하는 대형거래처에 대해서는 각 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한 가격안이 반영되도록 낙찰업체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부산물 가격은 대상·사조CPK·D사 3곳이 매월 공동으로 결정한 뒤 거래처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막대했다. 담합 기간 전분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고 73.4%(2023년 상반기 기준)까지 올랐고, 이후 원료가 하락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소폭 인하에 그쳐 담합 전 대비 50.8% 높은 수준(2025년 하반기 기준)을 유지했다.
과당류 가격도 최고 63.8% 인상됐다가 같은 기간 50.4% 높게 형성됐다. 물엿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2025년 10월 기준 39.05%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16.61%)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26.86%) 상승폭을 압도했다. 전분당 4사의 담합 기간 매출액은 연평균 24.5% 상승했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담합 가담자들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한 가담자는 “구속되면 실형 살아야 되는 거 아니야”라며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돌아온 답은 달랐다. “저희가 교육은 받았는데 실형 산 사람은 없고 집행유예로 다 빠졌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가구·철강 담합 사례를 언급하며 “구치소 생활은 하겠지만 실제 실형은 아니고 집행유예로 나갔다”고 서로 안심시키기도 했다.
나 부장검사는 “개인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며 “집행유예로 나가면 안 되고 실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들한테 큰 일인 것처럼 인식이 돼야 담합을 안 할 수 있다”고 했다.
담합 일당의 ‘학습된 대담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대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수사에서 확보된 녹취에는 “공정위 조사는 안 불고도 넘어갈 수 있는 만만한 절차”라는 인식이 담겼다. 반면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 가면 안 볼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증거 인멸 시도도 조직적이었다. 나 부장검사에 따르면 1위 업체(대상)는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로펌의 법률 조력을 받아 “영업본부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내부 방침으로 정하고 실제 검찰 수사에서도 그 논리로 대응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파쇄기에다 핸드폰도 넣어버려야지”라는 대화가 담긴 녹취도 확보됐다. 대상 전 대표이사 휴대폰에서는 메시지 파일 2만1393개 중 462개만 남아 있었고, 복구도 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23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모 전 삼양사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1억원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 부장검사는 선고 결과에 대해 “법원의 1심 판단을 존중하지만 담합 범행의 규모, 범행의 악성, 유사 사건 처리 전례를 봤을 때 공감이 가지 않는 양형”이라며 “구속 기소된 사람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것, 낮은 법정형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모두가 담합을 계속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판결문을 정확히 확인해 봐야겠지만 당연히 항소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개인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법인 벌금 상한도 2억원에 그친다. 나 부장검사는 “최소한 5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 벌금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학계 주장이 있다”고 소개하며 “과징금 상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개인 처벌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과징금을 과도하게 부과해 기업이 망하면 담합 가담자 수십 명 때문에 나머지 수천 명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에 대한 천문학적 과징금보다 담합을 실행한 개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훨씬 실효적인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2월 23일 전분당 4사 및 사건관계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검찰은 총 22명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이번 담합은 식품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은 앞서 설탕 담합(3조2715억원), 밀가루 담합(5조9913억원)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설탕·밀가루·전기료 등 생활필수품 담합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공정위에 공소장 등 관련 자료를 송부해 행정제재 절차를 지원하고 공정한 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