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검사 징계 두고 반복되는 법무부 '이중 잣대'…"검찰 개혁 불신 자초"

남궁민관 기자I 2021.08.17 15:58:22

'독직폭행' 유죄 정진웅 직무 배제 두고 朴 '숙고'
윤석열·한동훈 직무 배제는 속전속결…'이중 잣대' 논란
"대법 판결까지 검사 징계 등 처분 못하나" 비판
대검 감찰부 향한 의구심도↑…"진영 따라 움직이나"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법무부가 주요 현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른바 ‘친(親) 정권’ 검사들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이중 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감찰 주체인 대검찰청 감찰부마저 이 같은 법무부 행보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검찰 내에선 ‘오해를 자초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전문가들은 말기에 접어든 현 정권이 그간의 ‘검찰 개혁’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직폭행’ 정진웅 1심 유죈데…박범계, 직무 배제 ‘주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지난해 채널A 기자들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아직까지 정 차장에 대한 직무 배제 등 후속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정 차장이 불구속 기소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5일 대검이 법무부에 직무 집행 정지를 요청했음에도, 법무부는 1심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리기까지 9개월째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면서 정 차장 직무 배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서울고검 감찰부의 정 차장 기소가 적정했는지 여부와 함께, 한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무부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통상 법무부는 검사가 범죄에 연루돼 기소되면 곧장 직무에서 배제하지만, 정 차장의 경우 1심 법원이 유죄까지 판단한 상황에서도 ‘검토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박 장관이 ‘수사 중’이라고 언급한 한 검사장의 경우 검찰이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 장관의 인사를 통해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 한직을 전전하며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24일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징계를 청구하면서, 동시에 즉각 직무에서 배제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징계 요청조차 안 한 대검 감찰부…“스스로 정치 논란 자초하나”

대검 감찰부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현재까지 정 차장의 징계와 관련해 법무부에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로, 직무 배제를 ‘숙고’ 중인 박 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1심에서 유죄 판단이 나왔는데도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모든 검사들의 비위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기소한 이들을 오히려 검찰이 징계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검찰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검 감찰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및 수사 외압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법무부에 직무배제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대검 감찰부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한 현직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에선 ‘감찰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감찰부 일이 엄청 많아진 모양”이라며 “그럼에도 방향성이 명확한 사안이고, 논란이 될 여지가 없다면 감찰부가 서둘러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이 같은 ‘이중 잣대’ 논란을 서둘러 수습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현 정권이 그간 드라이브를 걸어 온 검찰 개혁의 명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이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인사와 감찰, 두 가지”라며 “그간 ‘줄 세우기식’ 인사로 검찰을 흔들었는데 감찰에서도 이 같이 ‘이중 잣대’ 논란을 자초한다면, 법무부는 물론 대검 감찰부가 진영에 의해 움직이는 기관이라는 것을 자인할 뿐 아니라 검찰개혁의 명분 역시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