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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은 외부 감사, 공시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원래대로라면 유한회사로 등록된 AWS코리아는 작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신외감법)에 따라 실적 등이 기재된 감사보고서를 올해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형태를 바꾸며 더 이상 신외감법 적용 대상이 아니게 됐다. 신외감법으로 ‘깜깜이’였던 글로벌 IT 기업들의 한국 실적이 올해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법망을 회피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한회사와 유한책임회사는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한 대신 주식회사에 비해 폭넓은 자율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2012년 도입된 유한책임회사는 이사 선임, 출자자 총회 등도 필요없는 가장 자율적인 형태의 법인으로, 개인 사업자와 법인의 중간 형태에 가깝다.
◇수천억 벌어들이면서 경영은 ‘깜깜이’
그간 글로벌 IT기업들의 국내 실적은 사실상 깜깜이였다. 유한회사로 등록된 글로벌 IT기업들의 한국지사들은 기존 법률에서 매출 등을 공시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적은 물론 등기이사 연봉까지 공개해야 하는 국내 기업과는 차이가 컸다. IT업계의 해묵은 숙제다.
AWS는 2014년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지사를 설립해 매출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주식회사로 출발했던 한국MS와 한국오라클는 각각 2006년, 2009년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한국어도비는 2001년 유한회사로 전환했으며, 2018년에는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유한회사로 세워졌다. 주식회사인 한국IBM, SAP코리아 정도만이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들은 매년 국내에서 수천억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클라우드 사용이 늘면서 매출이 급증한 AWS코리아의 경우 국내에서 1조원 가량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금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로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를 청구했다가 패소했다. 구글도 국내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 법적 분쟁을 벌였다. 그 사이 국내로 진출하는 글로벌 IT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신외감법, 기대와 우려 사이
지난 2019년 11월 신외감법이 발효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한국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커졌다. 신외감법에 따르면 매출이나 자본금이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고 매출, 이익, 배당 등이 적힌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세금 회피 방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 회계사는 “신외감법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장은 “신외감법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무정보가 공개가 되면 탈세 문제들이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반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유통업계 등 일부 글로벌 기업 한국 법인들이 잇따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IT업계에서는 AWS코리아가 작년 10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MS, 구글, 오라클 등 다수의 기업이 유한회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감사보고서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나, 이 회사들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한국MS 정도만이 올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개정 취지를 벗어난 일들이 벌어진다면 추가로 파악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외감법의 대상이 유한회사까지 확장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라고 했다.
공시를 피하려는 일부 기업들을 막기 위해선 외감법 대상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외국계 회사들이 유한회사 지위를 이용해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배당이나 자문료 형태로 이익을 본국으로 빼가는 경우가 많다”며 “외감법 상 ‘회사’의 정의를 상법에서 의미하는 회사 전체를 포함하도록 하되, 너무 작은 회사들까지 외감을 받지 않도록 매출액 기준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정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