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백신 운송을 위해 통합유통체계와 물류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콜드체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 위주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백신은 생산국가에서 국내로 들여온 후 접종센터나 의료기관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해 운송·보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온도를 지키지 않으면 백신의 효능이 사라져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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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백신 운송이 가능한 회사로 동아쏘시오홀딩스 물류자회사 용마로지스가 꼽힌다. 용마로지스는 백신을 유통사로부터 받아 물류센터를 거쳐 의료기관까지 전달하는 데까지 최적의 상태로 운송할 수 있는 정온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온 설비를 장착한 특수 차량으로는 영상 1~30도, 특수 용기 활용 시 영하 20~70도까지 각각 유지할 수 있다.
용마로지스는 물류·IT솔루션 기업인 삼성SDS, 극저온 창고를 보유한 한국초저온과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도 진행했다. 삼성SDS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제품에 부착해 유통 과정 정보는 물론 온도, 습도, 진동 정보까지 수집해 관리할 수 있는 물류플랫폼 ‘첼로’를 보유하고 있다. 정보 유출, 해킹 위험을 막기 위해 해당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한다. SK가 지분을 투자한 한국초저온은 액화 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영하 70~85도 수준의 저온에서 의약품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진하 한국초저온 대표는 “백신 운송을 위한 초저온 환경을 유지하고 백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으로 관리해보자는 차원에서 시도했다”면서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랩셀도 유력한 콜드체인 후보로 지목된다. 이미 혈액팩과 검체들을 전국 각지로 운송하면서 콜드체인 경험을 쌓았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검체의 위치·온도·진동 등 모든 물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검체 수거에서부터 도착까지 예측 가능한 위험을 제어하고 있다. 중소업체들 중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하우스 기업 아이텍이 십수년간 백신 및 전문의약품을 유통해온 송정약품 인수를 마무리하며 백신 유통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큐어는 글로벌 콜드체인 전문 기업 브링스글로벌 한국지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유통 가이드라인 아직…“수익성 기대는 어려워”
민간 업체들의 준비와 달리 보건당국은 아직 코로나19 백신 유통·보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다음달 중순부터는 백신 운송이 시작돼야 하는데도, 백신 보관과 취급 방식에 대한 기준이 전무한 실정이다. 콜드체인 업체들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 제대로 운송·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는지 여부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 의약품 운송업체 관계자는 “백신 운송 시기가 언제가 될지, 운송 물량은 어느 정도일지, 백신 운송업체 선정 방식은 어떤지에 대한 정부 지침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서 “업체들은 콜드체인 역량에 집중해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가 기존 독감 백신과 같이 최저가 입찰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제 2의 신성약품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가 입찰이 진행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백신 유통만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운송·접종과정에서 사고가 있을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험이 없는 업체가 낮은 입찰가로 낙찰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 백신 사업에 참여했다는 레퍼런스를 위해 운송 지원은 하겠지만, 최저가 입찰로 진행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설명했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익성과 책임 소재 때문에 콜드체인 업체들은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최저가 입찰만을 선호할 것이 아니라 역량있는 업체에 어느 정도 수익 보전을 약속해야 (업체 선정이)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