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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상' 제막식, 결국 취소..."아베였으면 좋겠지만"

박지혜 기자I 2020.07.28 17:33:2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국내 한 민간 식물원에 설치된 이른바 ‘아베 사죄상’ 제막식이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취소됐다.

강원도 평창군의 한국자생식물원은 다음 달 10일 제막식을 열고 ‘영원한 속죄’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영원한 속죄는 그루터기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한복 차림의 소녀와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양복 차림의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국내에선 이 조형물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형상이라고 알려졌다.

‘아베 사죄상’이라 불린 ‘영원한 속죄’ (사진=한국자생식물원)
이어 일본 언론도 이 조형물에 대해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27일 “한국 온라인에서는 칭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외교적으로 무례하다’, ‘유치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교도 통신도 “일본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발표도 이어졌다.

28일 산케이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국제 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가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한일 합의(2015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시행을 계속해서 강력히 요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리 정부도 조형물을 두고 ‘국제 예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에 대해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도 “다만,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예양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 국제 예양이라는 게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예양이란 국가 간에 예의나 호의, 편의에 따라 지키는 일반적인 관례를 뜻하며, 이를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정치적 비난이나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다.

김 대변인은 또 ‘정부가 민간 조형물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사유지에 있는 어떠한 것에 대해 가능한 부분,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형물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일 정도로 논란이 일자 식물원 측은 제막식을 취소했다.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은 한 매체를 통해 “절하는 남성이 아베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며 “조형물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의 지적에 대해선 “민간 식물원 앞마당에 내 돈으로 개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간섭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조형물 설치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교도 통신도 김 원장의 이러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제막식은 취소됐지만 2016년 제작된 ‘영원한 속죄’는 식물원 내 잔디밭에 전시 중이며,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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