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하는 지구대 경찰관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하고 사소한 가정폭력이라도 반드시 기소해 처벌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 현장에서 현행범을 체포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이혼한 아내가 전 남편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해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경찰 1148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사건 대응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현장 출동 경찰은 ‘피해자가 소극적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은 경우’(55.8%·복수응답)가 많아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건에 비해 가정폭력은 경찰의 적극 대응을 뒷받침할 법적 제도가 불충분한 편’(34.4%)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고 의원측은 “일반 폭력현장의 현행범은 적극 체포해야 하지만 가정폭력을 심각한 폭력으로 여기지 않는 풍토 등으로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정폭력 처벌법에서 ‘가정폭력 현행범은 체포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존 법에 추가하고 피해자 의사 없이도 공소를 제기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은 현행 법안보다 진전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가정폭력 현장을 찾아가 가해자를 폭력현장의 현행범으로 체포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지구대 경찰관들”이라면서 “이들이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칼을 들고 휘두르다가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 칼을 내려놨거나 5분 전까지 구타를 하다가 중단된 상황을 보고 지구대 경찰관이 가정폭력 현장인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지구대 경찰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가정폭력범은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반드시 기소한다”면서 “우리 법 조항은 ‘현행범의 요건에 맞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하고 피해자의 의사 없이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조항으로는 체포하지 않거나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따귀 한 대를 때리는 가정폭력이라도 이를 행사하면 반드시 기소돼 재판까지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가정폭력이 종식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