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에 ‘반쪽’된 6·15기념식…통일장관 우회 손짓

김미경 기자I 2020.06.15 19:30:00

정부, 남북 경색 고려 기념식 일부 축소
北군사행동 예고·대남 압박에 상황 관리
"협력은 남북에 도움, 평화는 만나야 공고해져"
김연철, 북측 향해 대화 복귀 메시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남북 간 군사 긴장 상황에서 맞이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이 결국 규모를 축소해 치러졌다. 남한만의 반쪽 행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6.15 기념식’을 최소화해 진행했다. 북측의 잇단 대남 압박 공세로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한 조처다. 이달 들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고리로 군사 행동까지 시사하는 등 압박 행보를 이어가자, 조용히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이날 행사는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평화가 온다’를 주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육성 및 이산가족 상봉 영상, 공연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 행사의 공동취재단을 꾸리기로 했다가 이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또 2시간 20분 넘게 계획했던 행사 시간도 단축했다.

올초 민간단체는 2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북측에 공동행사를 요청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남북 경색 속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정부 차원의 제의 없이 단독으로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북한의 도발로 남북 위기 상황에서 치른 셈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남북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고려하면 축제 분위기로 치르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행동 시사에도 남북정상 간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2017년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남북의 지도자가 다시 마주앉을 수 있었던 것도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두 지도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6·15남북공동선언은 겨레의 마음에 깃든 훈풍이었으며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6.15선언은 분단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6.15선언 1조는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우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력은 남과 북 쌍방에 도움이 된다”며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측에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다만 남북관계 악화일로인 점을 고려한 듯, 구체적인 남북협력 사업이나 대응 방안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통일부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여러 난관에도 남북관계는 615선언의 정신 위에서 진전을 거듭해왔다”며 “정부는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6·15선언은 분단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2000년 6월13~15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화해·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경제협력 등을 논의한 합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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