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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목적 바꾸기 전 권홍사 회장 ‘경영참가’ 의도 드러내
한진칼은 16일 금감원 기업공시국(지분공시심사팀)에 3자 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와 처분을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진칼이 지적한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허위공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경영권 투자 △임원·주요주주 규제 등이다.
우선 반도건설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에 따라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목적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는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도건설 측은 지난해 8월부터 계열사인 대호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주식을 매집했고, 10월 8일과 12월 6일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보고했다. 하지만 올 1월 10일 갑자기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보유목적을 ‘경영참가’로 바꾸기 전인 지난해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들을 각각 만나 자신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선임을 비롯한 한진칼 임원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진칼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3자 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그룹 대주주와 권 회장과의 대화 녹취록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전체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을 악의적으로 발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한진 측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 회장은 경영참가 목적을 갖고 있으면서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허위공시한 것이 된다. 한진칼은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허위보고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으므로 올 1월 10일 기준으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 중 5%를 초과한 3.28%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려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
한진칼은 또 KCGI에 대해서도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규정 위반, 투자목적회사(SPC)의 투자방법의 위법성,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 위반 등 다양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칼은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에 대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수사기관 고발을, ‘투자목적회사의 투자규정 위반’에 대해 KCGI에 대한 업무정지 및 해임요구를, ‘임원·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해 시정 명령 및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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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약 3.7%)에 대해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또 한진칼 측이 반도건설 측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도 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양측이 주총을 앞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표대결이 박빙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결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한진칼의 주장대로 반도건설 측이 허위공시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의결권을 5%만 인정받게 된다. 반대로 3자 연합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 중 3.8%의 의결권이 제한 받는다.
3월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조 회장 측(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0%, 카카오 1%, 대한항공 사우회 등 3.7%) 37.15%, 3자 연합 측(KCGI 17.29%, 반도건설 8.20%, 조현아 6.49%) 31.98%다. 또 상대방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총 전에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낮고 대한항공 사우회 등 지분의 의결권 금지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하지만 서로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서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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