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한밤 중 사태가 일단락되고 날이 밝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일제히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서는 이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전국적인 촛불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이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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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은 전날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를 접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고 있었고, 출근을 하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빛은 불안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교사 박주성(33)씨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태가 있어서 혹시 학교 일정에 변동이 있는지, 출근을 그대로 하는지 공지가 안 돼서 제대로 못 잤다”며 “주변도 다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김모(68)씨는 “옛날 계엄령 때가 생각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어떻게 되는 건지 TV를 보며 걱정만 하다가 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전날 오후 11시부터 국회 앞을 지킨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밤새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관악구에 사는 박시은(48)씨는 “어제 속보를 보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같아서 왔다”며 “평소에는 먹고 살기 바쁘니까 뉴스만 보고 이런 곳에 안 오는데 너무 무서워서 밤새 여기 있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민주화 이후 처음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대규모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진보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 단체들은 이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는) 황당무계한 코미디 수준의 미치광이 짓”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합법적 권한인 예산안 심의와 탄핵 추진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선두에 서서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퇴진 총파업을 통해 노동기본권과 민중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자”라고 주장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윤 대통령 탄핵까지 국회 앞 무기한 농성을 선언했다. 이들은 4일 오전 국회 앞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계엄군을 진입시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정당 대표들을 체포하려 했다”며 “헌법을 위반한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고 내란죄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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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단과대학생회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진리의 횃불에 어둠이 드리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비민주적 비상계엄이 우리의 학문적 전당마저 위협하고 짓밟으려 했다”며 “포고령으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으로 활기에 가득 찼어야 할 우리의 전당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소집해 윤 대통령의 비민주적 계엄 선포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동국대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동국대 재학생 124명은 이날 오후 시국선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위태로워지자 곧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이기적인 선포이자 국민을 향한 반역적 쿠데타”라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윤 대통령은) 즉시 물러나라”고 호소했다. 고려대 역시 교수·강사·학생 4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사범 윤석열은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다른 대학에서도 시국선언 준비단을 결성하는 등 한동안 대학가에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국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며 전·현직 경찰관들이 경찰 수뇌부를 고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민관기 전 전국경찰적협위원장 등 전·현직 경찰 3명은 이날 조지호 경찰청장을 비롯해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오부명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주진우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을 내란·직권남용·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들이 부당한 계엄령 선포를 승인하고 이를 적극 집행했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엄사령관이였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형사 고발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