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망해진 연금개혁…선거 앞두고 정부에 떠넘긴 여야

경계영 기자I 2023.02.09 17:35:49

여야 "10월 정부 종합계획 보고 결정" 입모아
총선 앞두고 연금보험료 인상은 정치적 부담
모수개혁 정부로 넘기고 구조개혁에 집중 '노선 변경'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연금을 더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개혁 논의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슬그머니 발을 뺐다. 국회는 구조개혁을,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비롯한 모수개혁을 각각 맡아야 한다고 역할에 선을 그으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재정개혁 방안 마련을 정부에 떠넘겼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는 지난 8일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1차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과 회동했다. 특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공적연금에 대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차후 모수개혁이 나올 수 있다”며 “지금 모수개혁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튿날인 9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후 문제가 아니라 구조개혁 방향이 정해져야 제대로 된 모수개혁이 가능하다”고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지금은 논의 초기 단계에 있는데 맨 마지막 단계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결론 내라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추계를 통해 하도록 돼 있는데 일정부분 정부 몫이 강하지 않은가”(강기윤 의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계획을 내면 국회가 최종 결정할 사안”(김성주 의원)이라며 정부가 모수개혁을 추진할 주체라고 입을 모았다.

모수개혁에 집중해왔던 민간자문위의 방향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일 민간자문위 중간보고 당시 김연명 공동위원장은 “방점은 모수개혁에 찍혀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간자문위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50%)과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 유지)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보이며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국회가 연금개혁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치적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때도 국민연금 모수개혁 결정권을 국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다시 국회로 서로 떠넘기다가 개혁에 실패했다.

결국 연금개혁특위 활동도 당초 기한으로 정해둔 4월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민간자문위의 보고서 제출 기한도 지난달 말에서 이달 말로 한 달여 늦춰졌다.

김 의원은 “정부가 종합계획을 제출하는 10월 전까지 국회가 특위를 중심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퇴직연금 활용 등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 의원도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연구 검토하고 선진 사례를 보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특위 활동 기한 필요성을 거론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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