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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다른 한편으론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타진하는 등 미국이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바이든식(式) 실용주의적 대중관계 해법마련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본격화한 바이든의 ‘대중 봉쇄작전’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쿼드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쿼드는 미국의 주도로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한 인도·태평양 역내 비공식 안보회의체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출범했다. 그해 9월 미국 뉴욕, 이듬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각각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난달 18일 화상으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참여국 모두 중국이란 거대 시장과 경제적으로 얽히고설킨 만큼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정상회의는 그간 열렸던 외교장관회의와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 규합’ 작업을 본격화하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 부여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대중 봉쇄 행보는 단순히 쿼드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안보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15일부터 한국·일본에 연쇄적으로 보내는 게 대표적이다.
방한 기간 트럼프 행정부에서 명맥이 끊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중국 측이 “인도는 미국의 보조를 받는 동맹국으로 남으려 하지 않을 것”(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이라며 가장 약한 고리인 인도를 공략한 것을 의식, 오스틴 장관은 한·일 방문에 이어 인도까지 추가로 찾을 공산이 크다.
첫 美中고위급회담 놓고 물밑접촉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를 추진할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이 고위급 회담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장소는 알래스카 앵커리지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간 포성이 커지고 있지만 수면아래 접촉 또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측에선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설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만약 만남이 성사하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대면 고위급 회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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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는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계가 틀어진 관계를 되돌리는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정상 간,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드러났듯, 양국이 소수민족 인권문제·대만 및 홍콩 문제·미얀마 사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일종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對美·對中 외교 시험대 오르는 한국
우리 정부로선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적 외교·안보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는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 플러스(쿼드 4개국+한국·뉴질랜드·베트남)에 합류해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적이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합류 압박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우리로선 부담이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참여를 요청받은 바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 관련 질문에 “한·미는 북한의 도전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많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참여를 압박하는 뉘앙스의 답변을 내놨다.
게다가 지금은 “이르면 내달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對北)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할 것”(로이터통신)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외교에 관여했던 미 관리들을 재검토 과정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식(式) 포괄적·단계적 대북 접근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염두에 두고 ‘동맹규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미·중 충돌이 격화할 경우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미국을 좇기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줄을 서기도 쉽지 않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규합에 힘을 실을 경우 복잡한 국제정치적 상황 속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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