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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정춘숙·박찬대 원내대변인과 함께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나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김정재 원내대변인과 함께 서서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맞았다. 만면에 웃음을 띤 두 원내대표는 한참 동안 두 손을 맞잡으며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나 원내대표는 “축하드린다. 함부로 이야기하면 당선에 유불리 있을까 말을 안 했는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3명 중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며 “(17대 국회에서)연구단체 만들 때 이름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두 번도 안 묻고 알겠다고 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짙은 에메랄드색 상의를 입은 나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역지사지하기 위해 민주당 색깔과 최대한 가까운 옷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 하셨는데 설마 청와대 말 잘 듣는 원내대표는 아니겠지”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진 나 원내대표는 “국민 말씀을 잘 들으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에 대해 파트너로 보는 부분이 확대됐으면 한다”며 “정말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될 각오도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나 원내대표는 1963년생으로 이 원내대표보다 한 살 더 많다.
이 원내대표는 “말 하신 대로 국민 말씀 잘 듣고 그만큼 야당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 경청의 협치를 시작하겠다”며 “그런 과정에서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면 손잡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또 “나 원내대표를 모시고 같이 활동할 수 있어 굉장히 기쁘다”며 “굉장히 합리적인 개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 응원을 많이 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는 말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강원도 산불이나 포항지진 등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기에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방안이 좋은지 경청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 민생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면 좋겠다”며 “어떤 말씀이든 주시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종종 찾아뵐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정상화를 읍소한 까닭은 3·4월 임시국회가 모두 성과 없이 끝나면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재해대책 및 경기대응을 위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파로 심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이 원내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추경안이 5월에 확정될 수 있도록 원내대표께 강력하게 말씀드리려 찾아왔다. 6월로 넘어가면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탄력근로제 및 최저임금 관련 법안도 절박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개정안”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전임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고, 이후 특검을 수용해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다만 한국당은 민주당으로서는 물러서기 어려운 패스트트랙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에 적당한 타협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런 얘기까진 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