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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돈만 굴려선 못 버틴다…사회투자 논의 본격화[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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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5.14 10:46:02

“가입자 줄면 연금도 흔들린다” 국민연금 사회투자 필요성 제기
고용·주거·돌봄 기반 약화된 한국...연금재정에 부담
사회투자 늘려 연금 지속가능성 높이나
김성주 이사장 "다양한, 새로운 투자 방식 논의할 때"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몇 번 하든, 사회 복지 인프라가 그대로면 연금 고갈 못 막는다. 사회적 투자로 대안 찾을 때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높여보자는 '사회투자'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고용 불안,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연금 가입 기반은 약해지고 보험료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연금재정 악화의 원인이 금융시장 밖의 사회경제 구조에도 있는 만큼, 국민연금도 장기투자자로서 가입 기반과 현금흐름을 지키는 투자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핵심은 사회투자를 단순한 복지성 지출이 아니라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기 투자로 볼 수 있느냐다. 다만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인 만큼 투자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한의 수익률 기준과 사회적 효과 측정 방식, 손실 발생 시 정부의 위험분담 여부,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가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연금 지속성, 금융 수익률만으론 한계”…가입자 환경 바꾸는 '사회투자론'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사회투자 어떻게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원종현 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사회투자를 단순한 복지성 지출이 아니라 연금 지급 능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투자란 주거·돌봄·의료·지역 인프라 등 사회적 필요가 큰 영역에 장기 자금을 투입해 안정적 현금흐름과 사회경제적 기반 강화 효과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말한다.

원 전 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수익률 제고에만 치우칠 경우, 오히려 연금제도의 본래 목적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금의 사회투자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제도를 어떻게 잘 운용할 수 있을까가 본래적 목적”이라며 “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일부인데, 본 기능보다 수익률에 매몰돼 오히려 제도 취지가 훼손되는 사례가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회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다. 하나는 기금의 장부상 수익률과 실제 연금 지급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의 평가이익으로 기금 규모가 커져 보이더라도, 급여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연금을 지급할 현금흐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입 기반의 약화도 고려 요인이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 비정규직 확대, 주거비 부담,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면 연금 가입은 늦어지고 보험료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투자는 단순히 공공성이 큰 사업에 돈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연금 지급에 필요한 현금수입과 보험료를 낼 가입 기반을 함께 넓히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원 전 위원장은 “사회투자는 재정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며 “주요 포인트는 어떻게 투자를 해서 보험료 납부하는 사람들을 넓히고, 매년 연금 지급액에 맞추는 만큼의 현금 수입액을 만들어낼 것이냐”라고 말했다. 사회투자의 효과를 일자리와 실물경제 기반 확대,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원 전 위원장은 “시가평가 기준으로만 연금을 보면 2050년까지는 기금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정작 2030년 중반부터는 연금 급여 수입보다 지출액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정작 필요한 투자는 현금을 만들어내서 기금이 연금 지급을 할 수 있는,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진짜 지급 능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도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이 지연되고,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고용이 확대되고,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출산율 감소와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 연금 가입이 지연되거나 축소된다”며 “모수개혁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연기금 사례를 통해 사회투자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캐나다 CPPIB는 재생에너지나 혁신기술 분야에 임팩트 투자를 하고 있는데, 사회적 효과 자체만 고려하는게 아니라 장기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도 방점이 있다”며 “네덜란드 ABP 역시 투자의 목표에 금융수익률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포함하고 있고, 사회주택 분야에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투자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 캘퍼스 사례를 언급하며 “정치적 명분이 전문적인 자산배분 원칙보다 앞서게 되면 수탁자책임이 훼손될 수 있고 수익률 감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검토할 수 있는 사회투자 대상으로는 사회주택, 공공의료·재활시설, 돌봄·요양 인프라, 공공재생에너지, 지역 인프라 등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이들 자산이 장기 수요와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체투자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다만 국민연금이 직접 위험을 모두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보조금·세제·후순위 부담 등을 통해 위험을 나누는 금융투자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투자는 장기 수요가 존재하고 장기적 현금흐름이 창출 가능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거나 의료·돌봄 인프라 등의 사회투자는 대체투자의 한 영역”이라며 “공공부문이 위험을 1차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부가 제도를 설계하고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통해 위험을 분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설계가 관건”…수익률 하한선·관치금융 우려도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사회투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성과 측정과 수익률 하한선, 국민 설득, 전문성 문제가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국민연금은 단순한 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 공적연금제도에 따른 기관이다. 사회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을 장기적인 투자자, 유니버셜 오너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투자의 정당성이 더 확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성과측정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실험 전 상당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것 같다"며 “재무적 수익의 하한선을 어디에 정할 것인가, 하한선을 감내할 수 있는 선까지 해야 하지 않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 연합뉴스 보건복지 전문기자는 사회투자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 수용성과 관치금융 논란을 지적했다.

서 기자는 “오래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도 국민연금 운용방식에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며 “가입자가 줄어들면 국민연금도 무너지는 건 맞다”고 짚었다.

다만 서 기자는 사회투자 논의가 국민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봤다.

그는 “국민들이 이런 담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며 "사회투자가 실험적인 것 아니냐, 수익성보다 정치적 명분이 앞설 때가 많을 것 같아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안 할 수 없는 데다 국민연금의 전문성 부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이 이미 대체투자와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사회투자도 기존 투자전략의 연장선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하고 있고, 인프라 투자도 금융투자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금융부문에만 집중된 투자로는 사회도, 연금제도도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 일부부터 차근차근 전환해 5~10% 비중으로 사회투자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오종헌 민주노총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사회투자를 새로운 자산군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자산군과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군을 섞어 투자하면 리밸런싱 과정에서 포트폴리오가 우상향하는 효과가 있다”며 “사회투자는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사회주택 같은 모델을 혼합금융 방식으로 운용하면 기존 위험자산인 주식과 상관성을 낮추면서도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자산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성주 이사장




국민연금, 돈만 굴릴 것인가…김성주 “다양한, 새 투자방식 논의할 때”

이날 사회투자 방향 토론회에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참석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 이사장은 지금이 국민연금의 다양한 투자 방식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이 어떻게 보면 국민연금의 다양한 투자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을 때 같다”며 “모수개혁으로 소진 시기를 늦췄고 최근 높은 성과 때문에 국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복지투자나 사회투자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논의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취지다.

김 이사장은 기금 고갈 공포와 수익률 중심 담론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이 가져온 오랜 문제의식이다. 그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기금 소진의 공포와 수익률 지상주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역대 최대였지만 모든 자산군에서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부동산 투자가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심각한 실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익률만으로 기금운용의 성패를 단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이사장은 사회투자를 기존 금융투자의 대체재처럼 보는 접근에는 선을 그었다. 사회투자를 금융투자와 맞서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투자 방식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기존에 금융투자 일변도가 잘못됐으니 사회투자를 해야 한다는게 아니”라며 “사회와 경제를 분리하는 관점에서 금융투자와 복지투자를 구분해 나누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공공투자와 민간투자, 시장투자를 자꾸 벽 쌓는 것도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유럽 연기금의 주택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에서 시작할 연기금의 사회투자도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에서 연기금들이 어떻게 주택투자하며 (수익을 내는지) 직접 보고왔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정교하다”며 “우리는 낡은 공공투자, 어린이집, 공공병원, 요양병원 같은 인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다양한 투자 방식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제는 ‘어떻게’를 이야기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주관하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백혜련, 김남근, 김윤 국회의원실과 조국혁신당 백선희 국회의원실, 진보당 전종덕, 정혜경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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