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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서 모였는데….” 초대받지 못한 전경련·재계는 들러리

김성곤 기자I 2019.07.31 16:47:45

日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앞두고 민관정 총력 대응 선언
공개발언 8명 중 5명이 여야 정치인…재계 박용만 유일
日 재계 폭넓은 네트워크 보유 전경련 불참도 논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 네번째)의 발언을 경청하던 중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민관정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는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가시화 등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민관정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다만 주연과 조연은 묘하게 뒤바뀌었다. 국민적 비난 여론에도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갈등만 일삼던 여야는 전면에 나섰다. 반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 재계는 발언권이 크지 않았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 주홍글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초대받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여야 5당 정치인 차례로 공개발언…재계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유일

이날 회의가 열린 곳은 정치인들의 홈그라운인 국회 귀빈식당이었다. 예상대로 정치인들이 주인공이 됐다.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8명이 공개발언에 나섰는데 그 중 5명이 여야 정치인이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정진석 자유한국당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위원장, 채이배 바른미래당·윤영일 민주평화당·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차례로 발언에 나섰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면서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본의 전면적인 경제보복을 눈앞에 둔 비상상황에서는 사실 하나마나한 소리였다.

반대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경제계의 목소리는 작았다. 이날 회의에는 민간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인사는 박용만 회장이 유일했다. 박 회장은 “수출과 무역은 모두 기업간 거래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며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50년간 이루지 못한 부품소재의 완전한 국산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제도개선 △규제 혁파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을 당부했다.

◇‘국정농단 공범 낙인’ 전경련 불참…정진적 “日 재계 네트워크 보유 전경련 참여해야”

전경련의 불참도 논란거리였다. 사실 전경련은 불참한 게 아니라 초대장조차 받지 못했다. 문제 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정진석 위원장은 “일본 재계를 가장 잘 아는 전경련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경련은 1983년부터 일본 경제단체 경단련과 공동으로 한일 재계회의 개최해온 만큼 일본 재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경련을 배제한 채 한일간 경제갈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 분명 한계가 있다”며 “정권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서 지금은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니 만큼 전경련을 협의회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다.

전경련 불참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이른바 ‘전경련 패싱’ 현상의 연장선이다. 국정농단세력이라는 주홍글씨의 여파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에조차 배제된 것이다. 80년대부터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한일 양국간 민간 최고위급 경제채널을 구축한 전경련의 노하우와 인맥이 완전히 사장된 것이다. 전경련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아쉽다는 반응이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경제발전을 위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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