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형간염 환자 1만명 넘어…통계집계 이래 최고

이지현 기자I 2019.07.25 16:22:04

국내 A형간염 환자 1만206명…1년새 6배나 `껑충`
항체없는 20~40대 집중…피어싱·문신·마약도 한몫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확산 방지대책 시급해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내 A형 간염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 집단 감염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확산 방지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A형 간염 환자는 1만20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1635명)와 비교해도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 A형 간염환자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유독 A형 간염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형 간염 예방접종 안 맞은 30~40대 취약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발생한 염증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바이러스 중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D형, E형이 있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순서대로 이름에 알파벳이 붙여졌다. 국내에서는 B형, A형, C형 간염이 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간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7월 28일을 ‘세계 간염의 날’로 지정, 간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A형 간염은 오염된 물 또는 음식을 먹거나 A형 간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집단으로 발병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 집단감염도 식당에서 시작됐다. 보통 증상은 발열, 오한, 구역감 등이다. 감기몸살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치사율은 0.1∼0.3% 정도로 높지 않지만, 일부 간 기능이 약한 상태인 만성 간질환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끼칠 수 있다.

한번 앓고 나면 재발 없이 평생 면역되며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과거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절 A형 간염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위생상태가 개선되며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고 성장했다. 보건당국은 이 때문에 최근 A형 20~40대 상이에서 빠지게 번지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는 12.6%만 A형간염 항체를 가지는 등 20~30대에서 항체양성률이 낮게 보고되고 있다.

연령별 A형 간염 환자 현황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철저하게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경구 감염 즉 음식물 섭취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식사 전후와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료수와 음식물은 충분히 끓이거나 익혀서 먹어야 한다. 85도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식기류는 자주 끓이고 행주나 물수건은 자주 삶아 햇빛에 말려 쓰도록 하는 등 평소 생활 습관에서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없는 경우 6개월 간격으로 2회 예방 접종을 맞아야한다.

◇간암 원인 80%…B형·C형 간염

현재 기준 급성 B형 간염환자는 216명, C형 간염환자는 5683명이다. A형 간염환자만큼 감염자가 많지 않지만 만성화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B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우리 몸속의 면역 체계에 의해 바이러스가 제거되면 6개월 이내 정도로 급성 간염을 앓고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회복된다. 하지만 신생아나 영유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생 B형 간염을 보유하게 되는 만성 간염 상태가 될 위험이 높다. 만성 간염 상태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을 반복하여 간의 정상구조가 파괴되고 섬유화가 초래되며 그 결과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B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처럼 음식물 섭취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로 전염 가능하다. 따라서 오염된 면도날이나 주삿바늘, 칫솔 등을 공동으로 쓰지 않아야 한다. 급성 간염은 전신쇠약감, 피로감, 무력증, 황달, 식욕부진, 두통,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으로 진행하면 대부분 무증상이나 합병증으로인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B형 간염은 약 95% 이상이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하지만 만성으로 진행되면 간 손상이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엄마로부터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B형 간염 예방접종과 함께 면역 글로불린(HBIG)을 같이 주사하고 있다.

C형 간염은 혈액 또는 체액을 매개로 전파된다. 대부분 피어싱이나 문신, 불법 시술. 마약 주사 등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B형 간염처럼 C형 간염도 만성화가 가능해 만성 간염, 간경변증 그리고 간암 같은 만성 간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C형 간염 유병률은 약 0.8%이지만 한 번 감염되면 약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또한 만성 C형 간염 환자들의 약 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경변증이 생기면 간암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급성 간염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전신피로감, 미열, 근육통 등의 감기 증상이다. 어떤 경우 증상이 약해 평소에도 느낄 수 있는 증상들과 비슷하여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내기도 한다. 오심, 구토, 식욕부진, 복부 불쾌감 등의 소화기관의 불편감도 있을 수 있다. 질병이 진행되면서 일부에서는 전신적인 자각 증상과 함께 소변이 콜라색처럼 진한 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며칠 후에 눈과 피부에 황달이 생기는데, 황달이 생길 때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급성 C형 간염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의 경우 아직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며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 및 체액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료행위, 문신, 피어싱, 침술 등을 포한한 침습적 시술을 시행할 경우 일회용 또는 적절히 소독된 재료를 사용하고, 도구들에 대한 철저한 세척과 소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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