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선거구 획정 문제와 경제법안 처리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전면 무효화되는 것을 ‘입법비상사태’로 볼 수 있지만 경제법안을 이에 준해 직권상정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청와대는 선거구 획정보다 더 중요한 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라며 국회를 거듭 압박했다.
◇鄭 “경제 상황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어”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관련 법안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국회법 85조에 심사기일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 3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그러한 국가비상사태에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가 경제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밥그릇만 챙긴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초법적인 발상을 가지고 행하면 오히려 나라에 혼란이 오고, 이 혼란이 경제를 더 나쁘게 하는 반작용까지 있다”며 “어제 제가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기에 ‘(직권상정할)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좀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좀 부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 문제는 12월 31일을 하루씩 전후로 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가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을 합의하지 못하면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정한 뒤 지역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기 위해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는 중재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피력했다.
그는 “제가 내린 결론은 여야가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합의를 한 것에 준하는 내용이 아니면 (중재안을)낼 수 없다고 본다”며 “현행 246대 54는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여야가 합의된 내용으로 결국은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시·군·구를 보호하는 것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돼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현행과 같은 숫자로 가게 되면 상당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제는 시대 상황을 봤을 때 시·군·구 벽을 허물어줘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여야가 충분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朴 “젊은이들 잃어버린 시간 누가 보상?”
정 의장의 신중론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도 중점법안의 신속한 국회 처리에 대한 주문을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몸의 병을 치유하는 데 한방에 고쳐지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방법은 없다”며 여야에 서발법 등 중점법안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조선 중기 문신 양사언의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를 읊은 뒤 “지금 1430여일 동안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만약 1000일 전에 해결됐다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현재 한참 일할 나이에 그리고 일하고 싶어하는 이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인생을 누가 보상할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통령은 여야를 향해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며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가까이 바로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고 국민들을 위한 소신과 신념에서 찾아가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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