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후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나왔다는 박지우(19·여)씨는 ‘딩동’ 소리가 나자 주문한 팝콘과 콜라 2개를 가져왔다. 양손 가득히 팝콘을 든 탓에 손이 모자라자 친구에게 잠깐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가 경쾌했다. 박씨는 “영화관 분위기를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게 팝콘이죠”라며 “팝콘 먹을 수 있다고 해서 2년 만에 영화를 보러 왔는데 ‘이게 영화관이지’하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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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데 이어 그간 금지됐던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도 25일 0시부터 가능해졌다. 정부는 △영화관·공연장 △실내체육시설 △상점·마트·백화점 △노래(코인)연습장 등에서 음료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실내 취식 금지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용산구 대형 영화관은 월요일 아침임에도 팝콘을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선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불과 몇 개월 전 백신패스관이 종료된 후 썰렁했던 영화관 매점 풍경과는 대조적이었다. 오후가 되자 관객들이 늘면서 매점에선 주문번호를 알리는 ‘딩동’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김예진(19)씨는 “영화를 볼 때 무조건 팝콘을 먹는 편인데 그동안 못 먹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본 게 코로나 이전”이라며 “오랜만에 친구랑 나왔다. 영화관 기분은 나는데 마스크를 벗고 먹어야 하니까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허진영(21)씨는 “오늘부터 팝콘을 먹을 수 있다고 해 기념으로 (실내취식 해제) 첫날부터 영화관에 왔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니까 기분이 좋고 마음도 가볍다”고 말했다.
상영관 내부로 들어가보니, 관객 절반 이상은 팝콘을 곁에 두고 있었다. 일행 없이 홀로 ‘혼영(혼자 영화)’를 즐기러 온 이들도 팝콘과 탄산음료가 묶인 1인 세트를 들고 취식을 즐겼다. 팝콘뿐 아니라 소시지, 버터구이 오징어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일행끼리 한 칸씩 띄어 앉은 관객들은 마스크를 잠시 내리거나 아예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었다.
상영관을 나선 김영진(19)씨는 “일상 회복이 피부로 느껴지니까 얼어붙었던 기분에도 도움이 된다”며 “코로나 시국에도 영화를 종종 보긴 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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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시식코너도 이날부터 재개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시식코너에선 장을 보러 온 손님에게 “만두, 만두 하나 드시고 가세요”라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장모님과 마트를 찾은 40대 A씨 부부는 비엔나소시지 시식을 마친 뒤 “맛이 괜찮네”라며 옆에 있던 제품 한 봉지를 챙겨들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오랫동안 시식코너를 운영하지 않은 탓에 마트 내엔 시식코너가 두 군데만 마련됐다. 마트 직원 성모씨는 “창고에 오래 보관돼 있던 시식대가 망가져서 다른 코너들은 시식행사를 하려다 못한 곳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먹어보고 맛있으면 산다’는 인식이 있어서 시식 여부가 매출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아직은 시식 첫날이라 코로나 이전만큼 회복하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