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근무도 힘든데 시험을 보게 하고 채점을 매기고 너무 수치스러웠어요.”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지난달 26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된 50대 환경미화원 고(故) 이모(여)씨가 학교 측의 ‘갑질’과 부당한 지시, 방관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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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이씨의 업무강도는 혹독했다. 학교 여학생 기숙사 중 가장 인원이 많은 196명이 2인 1실로 생활하고 화장실 8개와 샤워실 4개가 있는 925동 기숙사 전층을 홀로 청소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배달량이 많아지자 쓰레기 양이 늘어 노동강도는 더 심해졌다. 특히 무게가 많이 나가고 깨질 위험이 있는 재활용 유리병은 바닥에 끌 수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들고 날라야 해 이씨는 항상 손가락 통증을 참으며 일했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닷새 전인 21일에는 기숙사 행정실장, 부장, 팀장 등 3~4명이 갑자기 찾아와 “청소 상태 검열을 하겠다”며 군대식 검열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씨가 지난달 6월 1일 새로 부임한 A팀장에게 군대식 업무 지시와 부당한 갑질까지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A팀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청소노동자 회의를 만들어 시험을 보게 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
시험에는 청소 업무와는 무관한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는 주관식 문제와 개관 연도, 현재 학생수 등 객관식 문제가 있었다. 누가 몇 점을 맞았는지 공개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또한 “회의에 정장 등 옷 단정하게 예쁘게 입고 참석하라”는 등 각종 지시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1점 감점’을 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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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대에서 기계전기 시설을 관리하는 이씨의 남편 B씨도 함께 자리했다. 이씨는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했다”며 “우리는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흐느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조는 서울대 시설관리국장에게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이후 이씨가 근무하던 925동 기숙사로 이동해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휴게실을 둘러보고 추모했다.
한편 서울대는 이씨의 사망 관련 별도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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