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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의혹·송민순·세월호…'고소·고발' 남발에 진흙탕된 대선판

조용석 기자I 2017.05.08 19:30:00

‘검색어 조작됐다’…포털사이트까지 고발한 洪
촌각 다투는 선거…속도 빠른 고소·고발 효과적
화해하거나 원수지거나…처벌까지는 ‘미지수’

대선후보 대부분은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후보자 간, 정당 간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탓이다. 심지어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나 포털사이트를 고소·고발하는 등 각 후보자 캠프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법적 대응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채용의혹·송민순·세월호…민감한 사안마다 고소·고발

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5일 익명의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의혹을 제기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인사 3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당이 지난 3일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취업과 관련된 증언을 확보했다고 기자회견을 연지 이틀 만이다.

대선정국을 달군 문 후보의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주도 의혹’을 놓고 벌어진 공방도 모두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문 후보 측은 이를 주장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반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고 지난달 27일에는 고발인 조사까지 받았다.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 보도와 관련한 고발도 난무하고 있다. 앞서 SBS는 해양수산부가 문 후보와 세월호 인양시점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이후 논란이 커지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를 해당보도가 삭제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강요)로, 김영석 해수부 장관 등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문 후보는 “세월호 보도를 왜곡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을 지난 4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는 등 맞대응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많은 유권자가 뉴스를 접하는 통로인 포털사이트가 고발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 후보 측은 네이버가 문 후보에게 불리한 검색어인 아들 ‘문준용’과 ‘세월호 문재인’ 등의 검색어 순위를 고의적으로 끌어내렸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선거판 가장 빠른 대응 방법…실제 처벌까지는 ‘미지수’

선거정국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이유는 촌각을 다투는 선거전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방법이어서다. 검찰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자신이 결백하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상대방을 주저하게 만들어 가짜뉴스의 확산도 막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처벌이 목적이기보다는 유언비어를 단순히 무시하고 지나가게 될 경우 유권자들이 진실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서도 고발이 난무했지만 사법처리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선거가 끝난 뒤 당선인이 ‘상생’ 또는 ‘화합’을 이유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선된 후 자신이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통합민주신당 등을 상대로 낸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대선에서는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NLL 논란’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무고혐의로 서로 맞고소했고 끝내 화해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고발전을 벌였고 끝내 법정까지 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선자 측에서는 선거 뒤 화합 측면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선거에서 떨어졌거나 사안이 심각해 반드시 짚고 가야한다고 판단될 경우 끝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측의 허위사실 유포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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