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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崔와 첫 법정대면..."靑비서를 개인비서처럼 부려"(종합2)

한광범 기자I 2017.02.06 20:03:44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증언
미얀마 대사·인천세관장 임명 의혹도 폭로
"최씨 노트북에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떠 있는 것 목격"

[이데일리 한광범 전재욱 기자]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언론에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처음으로 최순실씨와 법정에서 마주했다. 고씨는 이날 최씨의 국정농단을 생생히 증언했다. 최씨 측은 고씨가 더블루K의 실제 운영자라며 역공에 안간힘을 썼다.

◇ “崔, 유재경 미얀마 대사 아그레망도 언급”

고씨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8월 초 최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인 인호섭씨와 미얀마를 다녀왔다”며 “최씨와 함께 유재경 미얀마 대사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앞서 이들을 최씨 소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고씨는 첫 만남 후 이들을 며칠 후 처음 만났을 때 ‘아그레망’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아그레망은 대사를 파견하기 전 해당국에 동의를 받는 절차를 외교 절차이다. 그는 “그댄 몰랐는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최씨가 (유 대사 임명을) 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대사 임명과 K타운 사업 연관성에 대해 “최씨과 인씨가 설립을 추진했고 미얀마 장관 등이 한국에 와서 청와대 인사들과 회의했다고 인씨에게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당성 조사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김대섭 전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도 최씨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가 2015년 12월 세관장에 앉힐만한 사람을 물어봤고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에게 이력서를 받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전 부장이 김 전 세관장에게 받았다는 상품권을 최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崔 “고영태가 더블K 실제운영자” Vs 高 “대표도 바지사장”

고씨는 또 “최씨가 주로 의상문제로 청와대를 자주 왔다갔다 했다. 청와대 비서를 마치 개인 비서마냥 했다”며 “최씨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 때문에’ 한다고 했다. 둘의 관계가 가깝다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 노트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고씨는 “더블루K 사무실에 있는 최씨 방에 들어가보니 노트북 화면에 연설문이 떠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 의상 제작을 위해 운영한 의상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 빌로밀로를 통해 대통령 가방만 제작하다가 가방·의상의 색 맞춤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의상 제작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의상실의 모든 운영 자금은 최씨가 냈고 자신은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블루K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씨 주장도 일축했다. 최씨는 앞선 공판에서 더블루K 설립 자금을 고씨에게 지원했을 뿐이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실질 운영도 고씨가 맡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절대 아니다”며 “내 회사였으면 내가 잘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법인설립 자금과 사무실 임대보증금도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최씨에게 받았다고 밝혔다.

이사가 된 배경에 대해선 “최씨가 회사 만드는데 사람이 없다고 해서 이사로 등재했다. 나중에 빼준다고 최씨가 말했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더블루K 인사·사업 등 모든 경영 권한을 최씨가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블루K 대표였던 조성민·최철씨 모두 이름 뿐인 소위 ‘바지사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조씨는 최씨 측근과 친분이 있었고 애초 K스포츠재단의 임시직이었다. 회사가 만들어지고 대표를 맡았다”며 “체육을 잘 몰라 최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많이 듣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 고영태 “청와대 행정관들도 쩔쩔 매”

그는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등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최씨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빼내기 위해 더블루K를 함께 운영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K스포츠재단 이사회나 임원진은 조그만 일엔 권한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큰 업무지시나 제안서 작성에 대한 권한은 전혀 없었다. 모든 권한은 최씨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1000억원까지 늘리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K스포츠재단이 경기도 하남 대한체육회 소유 부지에 설립하려고 했던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서도 “최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통해 해당 부지를 알게 됐고 스위스 회사 누슬리를 통해 체육관을 건립해 지원을 받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 건립에 필요한 자금 70억원을 롯데로부터 지원받는 과정에 대해서도 “최씨가 ‘다 얘기 됐으니 롯데에 가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체육회가 부지 임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최씨는 “다 알아서 하니 제안서 넣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고씨는 말했다. 하지만 자금 지원은 결국 무산됐다. 고씨는 롯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최씨가 “롯데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자금 반환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최씨 변호인은 “최씨가 주변인과 접촉할 때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씨는 “그건 최씨가 얘기 안해도 될 거 같다. 정부 쪽 일을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위해서 일한다는 말은 직접 했다”고 덧붙였다. 최씨 변호인은 더블루K가 고씨 소유라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세를 폈다. 건물 관리인이 그린 사무실 근무 배치도를 제시하며 ‘회사 내에 최씨 사무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씨에 이에 대해 “회의실로 표시된 곳이 최씨 사무실”이라며 “금고와 6인 회의 테이블까지 있었다. (작게 그린) 배치도는 말도 안되게 그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씨 측은 또 SK·롯데·부영에게 K스포츠재단 추가 자금 출연 등에 대해 최씨의 힘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뭐냐고 고씨에게 따져 물었다. 고씨는 “제안서를 들고 찾아가면 일반인이 만나기 어려운 고위 임원을 만났다. 대통령 옷을 제가 직접 했고 청와대 행정관들이 쩔쩔 매는 것을 보고 힘을 가졌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왼쪽)과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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