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스마트폰’ 쌍두마차 부진에 ‘털썩’... 하반기도 불투명

박철근 기자I 2019.07.31 16:45:20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6조5971억…전년비 반토막
TV·생활가전 제품 판매 호조에 CE부문만 매출·영업이익 신장
日 수출규제·이재용 재판 등 미래환경 불투명…주주환원정책·투자계획 ‘안갯속’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성전자가 11분기만에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에는 사업의 두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의 89.2%, 영업이익의 96.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1분기 영업적자에서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고객사로부터 받은 위약금 등 1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적자를 이어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TV와 생활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CE(소비자가전) 부문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동반 부진…반도체 영업익 11분기래 최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실적악화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경우 16조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분기(14조4700억원)보다는 실적을 개선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조12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7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3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 3분기(3조37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구매를 재개하고 응용처 전반의 고용량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났다”면서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업황 약세와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고정거래가격(7월 기준)은 2.94달러로 전월대비 11.18% 낮아졌다. 이는 2016년 6월(2.94달러)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분기 560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1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갤S10 흥행 부진…IM부문도 영업이익 1조원대로 다시 낮아져

IM(IT·모바일) 부문의 저조한 실적도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IM부문은 지난 2분기에 매출 25조8600억원, 영업이익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 모든 사업부문에서 가장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1조5100억원) 이후 다시 1조원대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10이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도 “갤럭시S10 판매 둔화 등 플래그십 제품 판매량 감소와 중저가 제품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갤럭시A시리즈 등 중저가 제품 판매는 증가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에 CE부문은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1조700억원, 영업이익 7100억원으로 삼성전자 3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분기와 전년동기대비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TV 사업은 QLED·초대형 등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늘어났다”며 “생활가전사업의 경우 에어컨과 건조기 판매량이 늘고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돼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하반기에도 비스포크 냉장고, 의류청정기, 건조기 등의 제품판매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등 B2B(기업간거래) 사업도 지속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정훈 기자)
◇日 수출규제·이재용 재판 등 경영환경 불투명

더 큰 문제는 하반기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의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투자와 주주환원정책 등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반도체 8조8000억원·디스플레이 1조3000억원 등 10조7000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16조6000억원)보다 약 36% 감소한 수치다. 앞으로도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투자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중심의 투자를 계획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발표키로 했던 3개년 주주환원정책도 연기했다. 이명진 IR담당 부사장은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대외환경 변화가 새로운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현재 시점에서 프리캐시플로(이익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올해 실적이 확정되고 내년 실적의 가시성이 확보되는 내년 초에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하순경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 위기의 상황에서 구심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한 검찰 수사, 일본의 수출규제 등 삼성이 대내외적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라며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삼성이 위기극복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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