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신영내 기자] 하얀 증기를 뿜어대며 씩씩거리고 있는 증기기관차에 대한 기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지만 길게 뻗어나간 철도 길로 달리는 기차를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금방 가버리고 말 이 가을, 폐철길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자.
폐철로 옆에 아름다운 수목원이 있는 구로 항동 철길
지하철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만나게 되는 건널목부터 항동 철길이 시작된다. 길게 뻗어나간 철도 길을 보면 추억거리가 없는 아이들까지도 뒤뚱거리며 걷고 싶게 만든다. 걷기 좋은 요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갈길도 걸어보고 카메라 앞에 서서 모델이 된듯 멋진 포즈도 취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곳을 찾지만 혼자 걸으며 사색에 빠져 보는 것도 좋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푸른 수목원의 저수지에는 갈대숲이 어른 키를 훌쩍 넘도록 무성하다. 저수지 안의 나무 데크길을 걷고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꽃과 나무를 보다보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된다. 식물원, 북 카페, 정자들로 꾸며져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이곳에 갈 때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 간다면 가을 소풍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추억의 철길, 아름다운 나무들이 손짓하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벽제 폐역 터널에서 멋진 실루엣 사진 찍기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버스를 타고 벽제 역에 내리면 만나게 되는 철길은 연인들에게 또 진사들에게 핫한 출사지다. 터널 끝에 보이는 아치형 액자 속에 들어오는 북한산과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 또 살포시 내려온 넝쿨은 그저 한 폭의 그림이다. 모델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 터널 안에서 찍으면 누구나 실루엣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반대편 쪽의 벽제 역이란 부서져 가는 간판은 전에 벽제 역에 와본 적도 없는 우리를 추억의 시간 속으로 몰아넣는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철길과 허름해진 승강장에 서있으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즐거운 사진 촬영이 끝나고, 말이 있는 푸른 초원이 보고 싶은 사람은 원당 종마 공원으로, 각종 촬영 장소지로 유명한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고 싶은 사람은 벽초지 수목원에 함께 다녀오면 좋다.
이곳 이외에도 6호선 화랑대역 인근의 육군사관학교 정문 근처에 있는 경춘선 구 화랑대역은 신경춘선 역으로 이전되면서 폐역이 된 곳으로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공연히 붉게 물들어 가는 낙엽을 보며 마음이 헛헛해진다면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 보는 것도 좋지만 잠시 야외 추억의 장소로 나가 우울해지는 마음을 날려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