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9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질타하면서 근무기강을 주문한 것은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책임질 일에 손대지 않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직사회에는 전형적인 ‘복지부동형’을 넘어 ‘유체이탈형’, ‘대선이후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강해이가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동형
‘복지부동형’의 대표적인 사례는 맥주시장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독과점 상태인 국내 맥주시장의 규제를 풀어 값싸고 맛있는 맥주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계획은 장기 표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연내에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부처 이견만 반복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올스톱됐다. 책임질 일에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탁결제원 등 4개 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2018년으로 사실상 1년 늦춘 것도 복지부동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체이탈형
‘유체이탈형’도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 내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부처별로 다양한 검토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모두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친다.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한 미숙한 대처는 ‘복지부동형’과 ‘유체이탈형’이 조합된 형태다.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것은 지난해 10월28일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2주 후인 11월11일에야 가축방역심의회 자문회의를 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남의 일 처리하듯 대처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늑장 대응은 ‘계란 대란’으로 이어졌다.
◇대선 이후형
‘대선이후형’은 최순실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에 확정키로 했던 건강보험부과체계 개편안이 올해로 발표가 연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달 중순 이후 국회와 공동 공청회를 열고 개편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개편 논의는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어서 차기 정부에서 써먹기 위해 아껴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가까운 미래에 차기 정부 출범이 예고돼 있는데, 지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황 총리는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정부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기강해이에 대한 우려의 말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엄정한 근무기강을 세워 공복으로서 항상 적극적 자세로 행정을 추진하는 데 각별히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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