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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투자시장이 민간 주도로 가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자생력을 갖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민간 모펀드를 만들고 세제감면과 같은 인센티브 방안도 모색했다. 대신, 모태펀드는 투자가 어려운 초기 기업 등 밴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는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복안이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기존 모태펀드와 미투자금액, 다시 엑시트해서 온 금액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만 8조 3000억원 투자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등 대내외적 위기로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자금인 모태펀드까지 줄어들 경우 스타트업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기조 장기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벤처투자 심리 악화로 글로벌 벤처투자액이 쪼그라들고 있다. CB인사이트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1640억달러였던 벤처투자액은 올해 3분기 750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이 영향으로 인해 올해 3분기 국내 벤처투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줄었다.
그동안 VC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면서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내년도 모태펀드를 적어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위기 상황에 오히려 필요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장관도 속도 조절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예산삭감을 단행하고 민간 중심이라는 기조가 변하지 않자 한숨이 커지는 모습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민간 주도로 가는 생태계는 당연하고 VC업계도 숙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급작스러운 국내외 경기 경색으로 민간 자금이 벤처투자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태펀드를 줄이는 게 맞느냐”며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모태펀드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투자 가용자금의 규모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