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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업들은 기업 이익과 직결돼 있는 만큼, 협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기업 임원, 로비스트, 애널리스트들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각 분야별로 우려되는 사안들을 정리했다. 주요 관심거리는 관세, 공급체인 붕괴, 노동력 손실 등이었다.
◇헬스케어
EU의 자금지원이 중단되면 영국 대학들과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영국과 EU 의약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영국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대형 제약업체는 EU 과학자들이 영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이민법을 요구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또 영국 시장만으로는 너무 작기 때문에 신약을 출시했을 때 영국과 EU 양측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
브렉시트 이후 영국 영화와 TV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영국 방송사들은 영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기존처럼 EU산(産)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길 원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민영방송사인 ITV는 주수익원인 광고가 가장 걱정이다. 관세가 높아지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 광고주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여서다.
◇통신
영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더 많은 전화요금을 낼 수 있다. EU는 올해 6월 로밍 요금을 폐지할 예정이다. 또 EU 노동자들의 이동이 제한되면 BT와 같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케이블 설치 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데이터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없애는 것도 문제다. 정보 보안 및 보호에 있어 EU집행위원회가 영국을 동등한 체제로 인정해 줘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테크놀로지
영국의 첨단 기업들은 EU의 숙련 근로자들을 잃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로비그룹 테크UK에 따르면 기술 분야의 신규 고용자 6명 중 1명은 다른 나라 출신이다. 지난 해 영국 정부는 기술 비자 허용 인원을 20% 증가한 250명으로 늘리고, 숙련 기술자들에게 패스트트랙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숙련 근로자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1만여명의 증원을 약속한 알파벳, 구글, 아마존닷컴을 제외하면 기업들은 향후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U는 디지털 단일시장과 관련해 영국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 논의 중이다.
◇농업
EU는 영국 농산물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관세가 적용되면 육류 및 곡물 수출의 40%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민법도 문제다. 영국 농민들은 2015년 2만2000명을 고용했는데 이는 전체 농업 인구의 20%에 해당된다. 영국 농민연합은 계절 근로자를 위한 특별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로비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보조금 문제, 자유무역협상(FTA)에 따른 생산기준 약화 등이 농민들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은행들에게 있어 최우선 과제는 2년 간의 협상 기간이 끝난 뒤에도 가능한 오랜 기간 EU 단일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유지·확보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또 소위 ‘패스포팅 권한(EU 역내에서 국경에 상관없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더라도 런던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해외 전문 인력에 대한 접근·영입 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자동차
자동차 업체들은 브렉시트 이후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PA컨설팅은 영국의 자동차 가격이 평균 2300파운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럽 대륙과의 부품 수입·수출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BMW와 도요타 등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무관세를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닛산의 경우 1억파운드의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공
영국과 EU 회원국 간의 비행도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 영국 항공사들은 EU 내 특정 국가에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 항공사인 이지젯은 자회사를 설립해 인증서를 발급받을 계획이다. 더블린에 소재한 EU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경우 영국에서 국내선을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협정)에 대한 영국의 접근 권한은 브렉시트 협상이 끝난 뒤 재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EU가 역외 항공사 투자에 대해선 49%의 상한선을 두고 있어서 인수·합병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류
물류 회사들에겐 선적 작업에서 더 많은 업무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운송 인력의 20%가 외국인이라는 점은 인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지금보다 국경 간 통제가 강화되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잠재적으로는 배달 지연 등의 위험이 있다.
◇소매업
영국은 식량의 절반 정도를 수입한다. 유제품과 과자 제품에 대한 관세는 최대 30%다. 이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파운드화 약세는 이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소매 업체들은 소비자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경쟁이 치열해 일부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 업계의 경우 지적재산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해외 판매가 주요 수익원인 고급 브랜드들은 오히려 파운드화 약세로 혜택을 얻고 있다.
◇음식 및 음료
영국 내 카페, 술집, 레스토랑 및 호텔 등은 인력 부족 및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컨설팅업체 머서에 따르면 호텔 인력의 33%는 외국인으로 조사됐다. 관세로 인해 커피와 식료품 등 원료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 파운드화 약세가 관광객 급증에는 기여했으나 자유무역 제한에 따른 성장률 위협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식품업계와 음료업계는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 업계 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무관세 및 규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
영국 왕립서베이어협회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17만6500명 중 약 8%가 EU 국가 출신이다. 런던의 경우 4분의 1이 해외 노동자여서 브렉시트 이후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건설 자재가 EU에서 수입되고 있는데다 파운드화 하락 및 관세부과는 건설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