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외식업체 발길 '뚝'…호텔 레스토랑도 '타격'

김진우 기자I 2016.09.28 19:21:16

호텔·외식업계, 김영란법 시행 첫날 표정은
여의도 일대 한우전문점·한정식집 등 매출 하락
주류 무료제공하거나 '코르키지' 면제도
호텔도 영향권…3만원 미만 메뉴 출시하며 대응

[이데일리 김진우 김태현 기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28일자로 시행되면서 여의도·광화문·서초동 등 일대의 고급 식당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 호텔에서는 레스토랑 예약률이 하락하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시행에 맞춰 3만원 미만 ‘김영란 메뉴’를 내놓는 외식업계의 생존대응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정식집·한우전문점 등 고가 식당 매출 타격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에 있는 남도 한정식점 ‘대방골’은 이날 예약손님이 평소보다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방골은 국회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국회의원·보좌진·당직자·기자 등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대상자들이 자주 찾는 유명 음식점이다.

대방골의 메뉴는 대부분 1인당 3만~5만원대인데 법시행에 맞춰 2만9000원짜리 메뉴를 선보였지만 식당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대방골 관계자는 “(김영란법에)민감한 손님들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10월이 지나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게를 아예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우전문점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한우는 1인분 메뉴 가격이 3만원 이상이어서 그람수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어려움을 겪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중심가 한우전문점 중에서는 법시행 전부터 이미 월매출이 5000만원 이상 줄어든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일부 매장은 폐점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식당들은 주류를 무료로 제공하는가 하면 고객이 식당에서 직접 가져온 술을 마실 때 내는 ‘코르키지’ 면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저녁 장사는 술이 남는 건데 김영란법 때문에 주류 매상까지 포기하게 생겼다”며 “메뉴 가격까지 낮췄는데 주류 판매까지 어려우니 죽을 노릇”이라고 말했다

◇호텔 레스토랑 예약률 줄고 비즈니스급 각광

호텔업계의 첫날 표정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일부 업장에서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장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앞으로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은 이날 레스토랑 예약률이 평소보다 30% 감소했다. 호텔 관계자는 “오늘 예약률이 줄었는데 아직 법시행 첫날이라 시장 상황을 한 달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더플라자·포시즌스호텔 등 도심권의 호텔들은 평소와 비교해 식음료 업장의 고객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었다.

대신 특급호텔보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비즈니스호텔들은 이용객이 늘어났다. 호텔신라(008770)가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는 광화문점의 점심·저녁 손님 예약이 100% 완료됐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평소에도 식음료 업장은 만석인데 예약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비즈니스호텔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만원 미만 메뉴 잇따라 선보여

브랜드 정책에 따라 비교적 저가의 메뉴를 내놓지 않던 호텔들도 ‘김영란 메뉴’를 선보이며 법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호텔에서 식음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레스토랑 진입 문턱을 낮추지 않으면 주요 서비스인 객실과 연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남의 리버사이드호텔은 중식당 ‘따뚱’에서 평일 점심 1만4500원짜리 코스요리를 내놨다. 리버사이드호텔 관계자는 “호텔 이미지상 가격을 너무 낮추는 것도 부담이 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3만원 미만 메뉴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가격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3만원 미만의 테이크아웃 도시락 5종을 출시했다. 안심스테이크·소불고기·연어스테이크 등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메뉴를 도시락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가을철에 도시락 메뉴를 선보였는데 올해에는 김영란법 시행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보다 주문량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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