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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아침 약속한 듯 ‘정상회담 기간 중 국회 일정 연기’ 요구를 들고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족사적 대의가 중요한 만큼 현재 예정돼 있는 정기국회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며 “다음 주에 대정부질문만이라도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고, 19일로 예정된 장관 청문회도 대거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국회일정 때문에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다음주에 있을 대정부질문 및 청문회 일정 등을 추석 이후로 미룰 것을 공식 제안한다”며 “국정감사 전인 10월 첫 주에 추가로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했다.
두 당은 13일, 14일 정치,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은 그대로 진행하되 17, 18일 경제,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과 19, 20일로 잡힌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를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민족사적 대의’ ‘정상회담 준비’를 앞세웠지만, 속내는 정부를 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정상회담에 묻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두 당의 주장에 대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정부질문 일정은 지난 6일 여야 교섭단체 3당 합의에 따라 결정됐다.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도 같은 날이다. 게다가 야당에서 벼르고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19일)는 7일 결정됐다. 두 당이 미리 계산을 했다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날짜는 사전 조율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정부질문 시작을 하루 앞두고서야 뒤늦게 당 안팎의 지적에 일정 연기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요구를 단칼에 일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 국회 운영이 정상적으로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청문회를 법에서 정해진 18일까지 끝내달라고 애원하듯 말했고, 대정부 질문 때문에 어렵다면 정상회담을 수행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이라도 12일까지 마쳐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정부질문 후인 19~20일 청문회를 하기로 한 것은 한국당의 주장이었다”며 “이제와서 민족적 대의 때문에 바꿔야 한다니, 제 귀를 의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7일 전까지 계속 민주당을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이 끝내 요구를 거부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진 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입장차를 조율해서 답을 찾을 것”이라며 “바른미래당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