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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진, 선충이 달팽이에 달라붙어 ‘집’ 옮기는 ‘히치하이킹’ 원리 밝혀내

윤여진 기자I 2017.08.17 18:06:06

이준호 교수 연구팀, ‘닉테이션’ 원리 밝혀내
히치하이킹과 비슷, 몸 흔들어 달팽이에 옮겨붙어

하와이산 선충에 영국산 ‘파이RNA’(Piwi-interacting RNA·piRNA)를 도입해 ‘닉테이션’(nictation)을 잘하게 되는 대신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현상을 설명하는 그림. (사진=서울대 제공)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예쁜꼬마선충이 서식지를 옮길 때 몸 전체를 흔들어 달팽이에 옮겨 붙는 원리가 연구 결과 드러났다. 예쁜꼬마선충은 길이가 1㎜ 정도에 불과한 선충류의 작은 벌레다.

서울대(총장 성낙인)는 생명과학부 소속 이준호(55)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이 서식지를 옮길 때 몸을 흔드는 ‘닉테이션’(nictation) 원리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은 사람이 무전여행 중 다른 사람의 차를 빌려 타는 ‘히치하이킹’(Hitchhiking)과 비슷하다. 마치 사람이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팔을 도로변으로 뻗어 엄지손가락을 들 듯 예쁜꼬마선충은 몸을 흔들어 쥐며느리나 달팽이 등에 달라붙는다.

이 교수 연구팀은 영국산 꼬마선충은 닉테이션 행동을 잘하는 반면 하와이산 꼬마선충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 뒤 두 꼬마선충의 유전자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삼성 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미 노스웨스턴 대학의 에릭 앤더슨(Erik Anderson) 교수팀과 함께 하와이산 꼬마선충에 영국산 꼬마선충의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하와이산 꼬마선충의 닉테이션 능력이 올라갔지만 반대로 생식 능력은 떨어졌다. 합동 연구팀은 이 현상을 생물의 다른 기능들이 서로 능력치를 바꾸는 진화 현상 일종인 ‘트레이드 오프’(trade-off)라고 결론 내렸다. 하와이산 꼬마선충이 번식 능력을 버리는 대신 닉테이션 능력 향상으로 서식지를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합동연구팀은 두 꼬마선충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전자 정보 전달물질 ‘꼬마 RNA’(small RNA)의 한 종류인 ‘파이RNA’(Piwi-interacting RNA·piRNA)가 꼬마선충 행동 변이를 조절하는 것으로 최초 확인했다. 파이RNA는 ‘마이크로RNA’(microRNA)와 같은 다른 꼬마 RNA들에 비해 그 기능과 역할이 덜 알려져 신경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이 교수 연구팀은 “행동 조절의 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자연 변이를 통해 최초로 발견했다는 점과, 기존에 생식세포에서 주로 작동한다고 알려진 파이RNA가 신경계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찾아냈다”며 이번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1년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을 최초로 규정한 데 이어 그 원리 또한 규명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연구팀의 닉테이션을 규명한 연구는 당시 신경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실린 바 있다. 이번 연구 또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됐다.

예쁜꼬마선충이 서식지를 옮기는 ‘닉테이션’(nictation) 원리를 유전자 연구 분석을 통해 밝혀낸 서울대 생명과학부 소속 이준호(55) 교수. (사진=서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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