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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내 블랙스톤 CEO 역할 주목’-닛케이

김형욱 기자I 2017.03.08 17:09:24

日시사해설가 “자본주의 중·장기 성장 위해 슈워츠먼 역할 확대해야” 주장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 내에서 투자회사 블랙스톤그룹의 창업주 스티븐 슈워츠먼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부 전략정책포럼 의장이기도 한 그가 대외 강경노선 일변도처럼 보이는 트럼프 정부를 좀 더 부드럽게 다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시사해설가 카지와라 마코토(梶原誠)는 자본주의의 왕과 미 대통령이라는 사설을 통해 슈워츠먼이 트럼프를 세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제일 외교정책인 ‘하나의 중국’을 무시하며 대중 강경발언을 해왔던 트럼프가 중국 존중 발언을 한 것 역시 지난 1월 슈워츠먼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결과고, 지난해 1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트럼프를 만나 미 500억달러 투자 발표를 발표했을 때도 손 회장이 발표 전후 만나 발표 내용을 조율했다는 게 카지와라씨의 설명이다. 그는 “슈워츠먼은 단순히 포럼 의장이라는 직위를 넘어 트럼프의 지인이자 지침역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슈워츠먼은 ‘자본주의의 왕(King of Capital)’로 불리는 신화적 인물이기도 하다. 1985년 블랙스톤을 설립해 운영 자산 규모 4000억달러(약 459조원)의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키워냈다. 왕으로 불리는 건 단순히 운용 규모 때문이 아니다. 그가 주식 보유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가 작년 말 기준 77개. 이곳 근로자 수가 51만명을 넘는다. 전 세계에서 모인 돈으로 잠재력 있는 회사를 인수해 대주주로서 경영개혁을 단행하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려 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본주의를 구현한 슈워츠먼이 규제나 예산 같은 막강한 권한을 쥔 트럼프와 손잡으면 2008년 리먼 사태 후 실추된 미국형 자본주의의 새 밑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란 기대도 나온다.

정치·사회가 안정돼야 기업도 안정될 수 있다는 전제라면 이슬람 국가 국민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으로 인종의 다양성을 부정하려는 듯한 트럼프의 정책은 위험요소다. CEO가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우버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는 걸 고려하면 슈워츠먼의 블랙스톤도 이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블랙스톤은 친환경 사업을 일종의 음모로 인식하는 트럼프와 달리 기업의 친환경에 대한 배려를 투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블랙스톤은 인종의 다양성을 토대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최대 부동산 투자자라는 점에서도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다.

슈워츠먼은 이런 논란에서 한발 떨어져 규제 개혁에 대한 조언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트럼프에 어필할 수 있는 그가 트럼프의 ‘폭주’를 제언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지와라씨는 “트럼프 당선 후 경기부양 기대감에 다우지수가 어느덧 2만1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미국이 지속성장 가능한 자본주의를 구축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슈워츠먼이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느냐가 중장기적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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