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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다 美 국채가 더 급했다…美·日, 15년만에 엔저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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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08.03 16: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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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15년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엔저 장기화에 美국채시장 ‘비상’
엔화 급반등에 원화도 강세 압력…수출기업·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일본 정부가 최근 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에 직접 나선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표면적으로는 엔저를 진정시키려는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경제 지원보다 미 국채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성격이 더 강했다는 분석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공동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공동 개입 사실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개입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입을 공식 인정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에는 급격한 엔고를 막기 위해 엔화를 매도했지만 이번에는 엔저를 방어하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는 정반대 조치를 택했다. 경제 위기나 대형 재난이 아닌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 통화 방어에 직접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근 엔화는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엔저가 수입물가와 생활비 상승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이란전 등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에너지 가격까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이 공동 개입에 나선 더 큰 이유는 일본보다 미국에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5월 말 기준 1조 1400억 달러(약 1629조원)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투자국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방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 국채를 대규모 매도하면 이미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 장기금리가 더 치솟을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미국 경기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방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도 깔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금리 상승을 가장 경계하고 있으며 평소에도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해왔다. 공동 개입 직후 엔화는 달러당 155엔대로 급반등하며 약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기 세력의 엔화 공매도 포지션(앞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것(엔저)에 베팅해 엔화를 매도한 상태)도 상당 부분 청산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인다면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매우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 청산이 재연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미·일 공동 개입은 엔저를 막는 동시에 급격한 엔고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변동성 관리 성격도 지닌다는 평가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화 역시 달러 대비 강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국내 자동차·철강·기계 업종의 수출 경쟁력은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환차익을 줄이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이번 공동 개입이 엔화 강세를 장기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미·일 금리차와 일본의 재정 건전성 우려, 높은 에너지 수입 비용 등 엔저를 부추긴 근본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에노 츠요시 일본 NLI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를 이끄는 펀더멘털이 바뀌지 않은 만큼 이번 공동 개입은 시간을 버는 효과는 있겠지만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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