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딩하고 사람이 검증한다”...에이전틱 AI가 뒤흔드는 SW 산업 지형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현아 기자I 2026.03.13 13:46:52

과기정통부, 산업·인재양성 전면 재설계 착수
어도비·워크데이까지 덮친 ‘사스포칼립스’ 공포
SW 사업대가 산정방식 개편 과제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에이전틱 AI 확산이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질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도구를 활용해 과업을 수행하는 자율형 AI가 등장하면서 기존 SW 기업의 수익모델과 조직 구조, 인재상까지 한꺼번에 바뀌는 모습이다. 정부도 이를 개별 기업의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이전틱 인공지능(AI)시대 소프트웨어(SW)산업 및 인재양성 대응방안 간담회'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정부, 에이전틱 AI 충격에 정책 전환 논의 착수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13일 ‘에이전틱 AI 시대, SW 산업 및 인재양성 대응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산업과 교육 정책의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한 달간 6차례에 걸쳐 산·학·연 전문가 70여명과 진행한 ‘SW 산업·인재양성 혁신 콜로키움’ 결과를 바탕으로, 에이전틱 AI가 가져올 구조 변화를 진단하고 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을 구체화하겠다는 취지다.

간담회에는 류제명 차관을 비롯한 정책 담당자와 산업계·학계 전문가, 유관 전문기관 및 협·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송호철 더존비즈온(012510) 대표가 ‘AI 시대, SW 산업은 위기인가 재도약인가’를, 성민혁 KAIST 교수가 ‘바이브 코딩 시대의 컴퓨터과학 교육’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3년 걸리던 개발, 40일로”…현장서 확인된 생산성 급등

에이전틱 AI는 기존 생성형 AI와 결이 다르다. 생성형 AI가 사람의 질문에 답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대리인’에 가깝다.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업무 수행 주체로 진화하면서 SW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에이전틱 AI 활용 시 3년이 걸리던 SW 개발 프로젝트 기간이 40일로 단축되는 등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SW 생산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전환되면서 생산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는 ‘SW 생산 가속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SW 제품 책임자(PM) 1인과 협업하는 개발자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 활용 역량에 따라 기업 간·개인 간 격차도 심화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과거 SW가 다른 산업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를 내재화한 SW가 기존 SW를 대체하는 단계’에 들어서며 AI 친화적 기술과 서비스 체계를 갖춘 SW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 SW 업계도 흔들…어도비·워크데이 리더십 재편

이 같은 변화는 해외 SW 업계에서 이미 경영진 교체와 사업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가 어도비다. 포토샵을 패키지 판매에서 클라우드 구독형 SaaS 모델로 전환하며 회사를 키운 샨타누 나라옌 CEO는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18년간 회사를 이끌며 직원 수를 10배로 늘리고 매출을 1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키운 상징적 경영자지만, AI 네이티브 편집 툴과 생성형 AI 확산 속에 어도비 주가는 지난 1년간 38% 넘게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크데이와 클라비요 등도 잇따라 리더십 개편에 나섰다. 워크데이는 공동 창업자인 아닐 부스리를 다시 CEO로 복귀시켰고, 클라비요는 공동 CEO 체제로 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조직 재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산업 표준이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들마저 ‘사스포칼립스’ 우려 속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셈이다.

사진=과기정통부
제도 바꿔야…대가 산정·책임 주체 재설계

이런 이유로 과기정통부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SW 기업의 주요 대응 방향을 점검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특히 에이전틱 AI 도입에 따른 ▲SW 사업 대가 산정 방식의 개편 ▲최종 결과물에 대한 책임 주체 명확화 ▲향후 중요성이 확대될 신규 분야 지원 등 법적·제도적 사항에 대해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인재양성 체계 개편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 코더가 아니라 AI와 협업해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을 수정·검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 교육 역시 코딩 중심에서 ‘설계와 검증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 현장에는 실제 산업·공공 데이터와 GPU·서버 같은 핵심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고, 실전 프로젝트 경험을 위한 산학협력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연구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장기 연구환경과 ‘파괴적 혁신’ 중심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AI가 내재화한 SW가 기존 SW 대체”

이처럼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SW 산업의 가치사슬을 다시 짜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SW가 다른 산업을 디지털화하며 기존 방식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를 내재화한 새로운 SW가 기존 SW를 밀어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CEO 교체와 조직 재편이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제도 개편과 인재 재설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에이전틱 AI 시대에 실제 현장에 필요한 인재상을 전문가들과 새롭게 도출하고 기존의 AI 인력양성 및 지원체계를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고급인재부터 실무인재, 재·구직자에게 필요한 AI 핵심역량을 정리해 시대 변화에 맞는 종합적인 인재양성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