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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로봇 개발업체 심천 카이와(Shenzhen Kaiwa Robot Company)의 장치펑(Zhang Qifeng)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박사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춘 ‘AI 임신 로봇’을 개발해 1년 안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격은 10만위안(약 1933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생체공학 로봇 복부에 인공 양수로 채워진 인공 자궁을 내장하고, 태아가 호스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팀이 공개한 개발 영상에선 인간 외형을 본뜬 165cm 신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복부에 내장된 바이오리액터 챔버를 통해 자궁 환경을 시뮬레이션했다. 인공 자궁은 37℃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양수 순환 시스템, 지능적으로 조절되는 영양 공급 네트워크, 내장 센서를 통한 양방향 산전 관리, 미세 전류 자극을 사용한 수축까지 가능한 것으로 영상에서 묘사됐다. 로봇의 복부는 태아의 성장에 따라 점차 부풀어 오르는 유연하고 특수한 소재로 제작됐다.
이 로봇은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이 동물 실험을 통해 개발한 인공 자궁 바이오백과 비교했을 때, 배아 이식, 임신 유지, 자연 분만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장 박사는 소개했다. 기존 인공 자궁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태아를 자궁과 비슷한 환경에서 좀 더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에 가깝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자신의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로봇 쉘이 임산부의 복부 팽창 및 태아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변화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인공 자궁은 온도 조절, 영양분 전달 및 대사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자궁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완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로봇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임상을 끝마쳤는지, 혹은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는 진단이다. 장 박사의 연구팀은 탯줄 혈류 시뮬레이션과 태반 대사 교환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초 계획됐던 전체 임신 주기에 대한 실험 데이터 발표를 돌연 연기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 박사는 인터뷰에서 난자와 정자가 어떻게 수정돼 인공 자궁에 착상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과학계의 인공 자궁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는 점도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기존 기술은 양(羊)의 태아가 4주, 쥐의 배아가 6일 동안 생존하는 등 동물 실험만 지원하며, 인간 배아가 전 과정에서 기계로 임신돼 성공한 선례는 없다.
인간의 태아 발달은 태반 대사, 면역 체계, 신경 발달 등 수십가지의 복잡한 생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 중 어느 것도 극복되지 않았다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생체 적합성 기술에서 병목 현상이 있는 상태”라며 장 박사의 주장은 “마케팅을 위한 속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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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감소와 대리모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전해진 소식이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상하이 루이진 병원 생식의학센터의 장웨이(Zhang Wei) 센터장은 “임상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자궁 기형 환자들이 겪는 불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인공 수정 실패해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차이리(결혼 지참금)도 없고, 고부 갈등도 없고, 10만위안이면 출산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과 “비윤리적이다” “난자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미 피임약을 통해 생식 자율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시험관 수정을 통해 생리적 한계도 뛰어 넘은 만큼, 로봇 임신 역시 생식 능력과 신체의 한계마저 완전히 해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성전환을 하더라도 앞으론 자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일본 도쿄대 미래학과의 히로아키 타나카 교수는 “임신이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닐 때 사회의 성 권력 구조 전체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