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4년 차인 김모(28)씨는 요새 배달을 시킬 때 배달 앱이 아닌 인근에 사는 동네 친구한테 먼저 연락한다. 최근 친구와 메뉴를 통일하고 한 번에 시키면 배달료를 아끼면서 끼니를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온라인에 배달료 아끼기 위해 같이 주문하자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며 “매번 배달을 시켜 먹는데 배달료 몇 번 모이면 치킨 한 마리 값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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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30)씨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한 번에 이것저것 두세 끼니 분량 음식을 배달시켜서 냉장고에 보관한다”며 “냉장고에 두고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을 고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모(27)씨도 “커피 배달료가 제일 아까워서 미리 아메리카노를 여러 개 시켜서 냉장고에 보관해 뒀다가 야금야금 꺼내 먹는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앱이나 온라인 등엔 배달 ‘공구’(공동구매)를 구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배달받는 제 3의 장소를 따로 지정해 각자 시킨 배달 물품을 갖고, 배달료를 나누는 식으로 ‘배달 공구’가 흔히 이뤄진다. 한 중고거래 앱 커뮤니티에는 “혼자 있으니 배달비가 부담되는데 배달 음식이 맞아서 배달비 나누실 분 댓글 달아달라”는 등의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나 자영업자들은 높은 배달료를 피하려 택시를 불러 음식을 보내기도 한다. 택시 기본요금보다 배달료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택시가 소화물을 운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배달하는 택시 기사들이 비일비재하단 게 택시업계 전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가 음식 배달을 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있다.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최모씨는 “콜을 불러서 가면 사람은 타지 않고 음식만 옆자리에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무작정 택시에 음식물을 놓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데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 조모씨도 “택시는 음식을 배달할 수 없다고 안내했지만, 손님이 호출을 취소하지 않았다”며 “기사가 취소 가능한 창이 뜰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시장 논리에 따라 천정부지로 오른 배달료가 머지않아 ‘정상화’ 될 것으로 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배달 수요는 크게 늘고, 라이더 공급 부족으로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배달료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며 “거리두기가 해제됐을 뿐만 아니라 높은 배달료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배달 수요가 줄 것이고 배달료는 지금 수준에 비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