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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윤종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봤지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 검증을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신원조회는 보충적이거나 2차적이다. 2차적인 기관이 정보를 추가로 비공개 수집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분명해야한다”면서 “이 사건은 엄격한 보호 대상인 개인 가족 정보이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제공인 경우에도 절차가 적법해야 하고, 예외라면 예외 요건을 충족해야한다”며 “남 전 원장이 절차를 따랐다고 보기 어려우며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다양한 논거와 항소심에서의 논거를 비춰봤을 때, 공모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이 적당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도록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남 전 원장이 공동정범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남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정욱 전 국정원 국장에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마찬가지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 송모씨는 1심과 같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는 면소로 판단됐다.
이외 서초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이던 김모씨는 위증죄가 유죄로 판단돼 벌금형이 1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무거워졌고, 불법정보 수집에 관여해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던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일부 진술에 문제가 있더라도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듣고 국정원 정보관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개인정보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2013년 검찰의 댓글 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커지자, 남 전 원장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해당 첩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봤다.
한편 이번 남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는 지난해 12월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대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판결 영향으로 반년여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법리에 따르면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 고려 요소가 많아 기일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남 전 원장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이른바 ‘댓글 수사 방해’ 사건으로 지난해 3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 실형을 확정받고 3년째 복역 중으로, 이번 항소심 무죄 선고에 따라 수감 생활은 더 늘어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