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1000만 시대…방역은 각자도생, 격리는 제각각

이소현 기자I 2022.03.24 16:49:08

국민 5명 중 1명 감염력…''집단 무관심'' 우려
오미크론 경증으로 여기지만…의료계는 업무 마비
급증하는 자가격리자…직장인별 처우도 천차만별

[이데일리 이소현 김형환 기자] 중소 의류업체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하면서 개인 연차를 사용하고 있다. 38도에 달하는 고열과 두통, 설사 등의 증상으로 일하기 어려웠지만, 회사에서 병가를 주지 않아서다. 김씨는 “병가를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연차를 쓰면서 업무도 잠깐씩 봐야 해 사실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홀로 살고 있는 임모(32)씨는 “격리기간이 7일인데 사흘째가 지나서야 보건소에서 일반관리군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잘 관리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며 “자가격리 물품도 받지 못했는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서러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확진자 폭증에 방역은 ‘각자도생’ 체제이며, 격리풍경도 제각각인 모습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누적 확진자 수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
◇국민 20% 감염…‘집단 무관심’ 분위기 커져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9만5598명 늘어 누적 1082만283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숨진 사망자는 역대 가장 많은 470명이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1만3902명, 치명률은 0.13%를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국민 5명 중 1명은 감염력을 보이면서 방역은 개인의 몫이 됐으며, 장기간 지속해 온 거리두기로 인해 피로감이 쌓여 확진자와 사망자 수 증가에도 무감각해졌다. 코로나 집단 면역에 도달하기 전인데 ‘집단 무관심’이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던 한국이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집단적 무관심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확진자 증가에도 방역대책은 완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회복과 일상 재개를 위해 사적모임 인원은 8명으로 확대되고, 영업제한 시간도 11시까지 늘었다. 또 ‘귀국 후 7일간 자가격리’ 규정도 면제되면서 억눌렀던 여행수요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직장인 송모(35)씨는 “그동안 자가격리 규정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외국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작년 신혼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는데 이번 여름휴가는 해외로 나갈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을 경험한 이들 중 무증상으로 지나가거나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위중증환자는 1000여명을 넘어서 의료시설은 업무가 마비되다시피하는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관계자는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아주 높고 그만큼 확진자 수에 비례해 위중증환자, 사망자 규모도 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의료진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방역과 치료대응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고, 의료진 확진도 증가해 인력부족이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늘어나는 자가격리 직장인들…‘코로나 휴가’도 계급 나뉘어

코로나 감염 1000만 시대에서 격리 풍경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나뉜다. 노트북 하나로 원격근무가 가능한 경우는 격리기간에도 집에서 재택근무를 이어 나가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경우는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기도 하는 등 극단의 모습을 보인다.

격리기간에 대한 처우도 천차만별이다. 감염병예방법에서 입원 또는 격리될 때 사업자가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권고사항이라 회사 재량에 맡겨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확진 후 격리기간에 대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직원 사기를 고려해 유급병가 제도를 도입한 반면 일부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유급병가 대신 무급휴가를 받거나 연차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39)씨는 “확진되고 나서 회사에서 격리기간에 무급휴가나 연차 사용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며 “연차를 썼는데도 상사는 업무지시를 해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우리 사회 필수 직군으로 불리는 경찰도 코로나 휴가와 관련해 일선에서 불만이 나온다. 백신휴가와 달리 본인 확진 격리기간에 공가(공적휴가)가 아닌 병가(질병휴가)로 쓰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복무관리에 따르면 전년도에 병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해 연가를 1일 부여하는데 병가를 사용하면 이를 받지 못한다. 서울 강북구의 한 파출소 A경감은 “방역 최전선에 있어 감염 위험에 상시로 노출돼 있지 않나”며 “확진되는 경찰관들은 병가를 써야 하는 데 개인의 책임으로 묻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면 유급 병가제도가 없어서 많은 직장인이 아플 때나 중요한 경조사가 있을 때 연차를 쓰게 되는데 코로나 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직장인 연차가 사라지고 있다”며 “코로나 검사휴가, 백신휴가, 격리휴가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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