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정치학 박사는 2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역사를 바꾼 질문들’이란 주제로 무대에 올라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차별, 편견 등 무의식중에 당연하게 넘어갔던 불합리한 경계선과 관행들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 그것이 역사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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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에 오른 김 박사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의해 ‘안 된다’고 규정된 상황 속에서도 역사를 움직여온 것은 모두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중들에 미국 역사 속에서 질문을 던진 인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했다.
질문의 역사적 중요성
우선 김 박사는 1955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버스 좌석을 백인 승객에게 양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로자 파크스의 “왜 내가 양보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1950~60년대 중반 미국 남부 지역은 짐 크로법으로 인해 버스, 화장실,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 정책(흑백 분리)이 극에 달했다. 짐 크로법은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는 법률을 망라하는 용어다. 당시 흑인 좌석에 앉아 있었던 파크스는 버스 운전기사가 백인 승객들을 위해 흑인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가라고 명령했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체포됐다. 김 박사는 “그동안 쌓여 있던 흑인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흑인들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고, 이 운동을 통해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가 전국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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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여성들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게 50년밖에 안 되고 1984년 올림픽에서야 여성 마라톤이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며 “여성들이 마라톤을 스포츠로 즐기게 된 건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1967년 당시 20세 대학생이었던 캐서린 스위처의 “왜 여성은 마라톤을 뛰면 안 되는 거지?”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보스턴 마라톤을 포함한 육상 경기는 여성이 너무 약하다는 인식에서 1.5마일(약 2.45㎞) 이상을 달릴 수 없다고 여겨 여성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위처는 자신의 이름을 남성처럼 등록하고 261번 번호표를 달고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 경기 도중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그를 붙잡고 끌어내려 했으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선수들의 도움으로 4시간20분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김 박사는 “여기서 멈춘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란 스위처의 회고를 전하며 “그의 질문에서 시작한 도전은 여성 스포츠 참여의 장벽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교육·동성 결혼도 질문에서 시작
김 박사는 미국장애인법(ADA) 제정에 기여한 ‘장애인 권리 운동의 어머니’ 주디스 휴먼과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끌어낸 시민권 활동가 짐 오버게펠의 질문이 사회의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깨고 인류의 역사를 진보시킨 핵심 동력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휴먼은 5세 때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공립학교 입학이 거부되고 교사 임용까지 좌절되는 차별에 맞서 싸웠으며, 그의 투쟁은 결국 미국 장애인 권리 운동의 초석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버게펠은 동성 파트너의 사망 증명서에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에 “왜 나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미국 전역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생존의 열쇠는 ‘질문’
아울러 김 박사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위협이 아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AI에 저항할 경우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 도구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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