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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18일 ‘DIP 금융’(Debt in Possession·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에 대해 당분간은 정책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2019년 제2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회생기업에) 지금보다 더 양질의 자본을 공급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증권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성장금융과 캠코가 후원한 이날 포럼은 DIP금융 활성화를 주제로 열렸다.
DIP는 법정관리(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등 신규 대출 등을 통해 회생계획 수행가능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순수한 의미의 DIP 파이낸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 전 위원장은 일반 시중은행은 내부 평가제도와 기존 문화, 금융당국의 감독제도 등을 감안할 때 DIP 금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에 부실채권투자 전문회사인 한국연합자산관리(유암코)나 민간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투자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DIP 금융자금의 이율은 골프장과 같은 확실한 담보가 아니면 두자릿수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회생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은 “(높은 이율은)회생기업에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와 함께 회생기업과 자본시장 투자자와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으로선 DIP 금융을 통해 일반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 투자자가 들어오면 혹시 기업을 뺏지 않을까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회생기업에 들어가는 신규자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어떻게 확실하게 보장해줄지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DIP 투자의 안정성 보장장치다. 임 전 위원장은 회생법원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토론에서 회생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우 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실패가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닌데 실패한 경영자는 징벌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면서 “일시적 문제 발생으로 어려워진 기업을 어떻게 재활용할 지가 우리사회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준 유진자산운용 본부장은 “금융기관이 (회생절차에 대한) 낙인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상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신규자금 지원 활성화를 위해 (회생 기업이)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 창출과 추가적인 담보제공 여력,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두일 유암코 본부장은 DIP 금융으로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제 발제에서 “2013~2017년 회생신청 기업 약 4000개 가운데 정상화되는 기업은 400개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정상화되는 기업 비중을 5% 정도로 늘리면 200개 기업에 약 2만~3만명 수준의 일자리 유치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문창용 캠코 사장은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여 DIP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등 경쟁력 있는 회생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캠코의 설립 목적을 ‘가계와 기업의 재기를 돕는 기능’으로 명확히 하고 법정 자본금 한도를 현재 1조원에서 3조원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