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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2019 1인 가구 포럼’에 참석한 송현정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무국장은 “14명이 살며 서로의 일상을 챙기다 보니 다른 1인 가구와 다르게 건물에 들어만 와도 안전함을 느낀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길 때도 다 같이 의견을 모으는 등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들이 모여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선택적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한 배우 진혜린씨는 “반드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력단절, 독박육아로 대변되는 한국식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큰 희생을 강요당하는 결혼이 아니라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결혼이라면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얘기를 하면 이기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여성에게만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러기 아빠의 생생한 경험담도 나왔다. 허용무 정화예술대학교 총장은 “2001년 가을 아내와 자식들을 유학을 보낸 뒤 시작한 기러기 아빠 생활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밥 짓기 같은 기초적인 생활부터 성 정체성 문제, 재정적인 어려움 그리고 견디기 힘든 외로움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베이비 부머 세대라 성공을 위해 고통스럽게 견디는 게 익숙해 아이들이 유학 후 사회에서 자리 잡을 생각으로 버틴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이병도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복지 서비스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시급히 필요한 곳에 배분해야 하는 만큼 1인 가구 중 가장 시급하게 도와줘야 할 층위가 어디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년층 1인 가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시급하게 도와줘야 할 층위 중 하나”라고 전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도 “1인 가구도 종류가 다양해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혼자 사는 집단과 직장이 없거나 불안한 직장을 가진 청년 집단도 있고 고령 1인 가구와 중년층의 불안한 독신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혼자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 다른 만큼 각 특색에 맞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