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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아산은 다음달 4일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6주기(2003년 8월4일)를 맞아 민간 차원의 방북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이 2003년 타계한 뒤 매해 8월 4일이면 북한 금강산에서 추모식을 개최해왔다. 그러다가 북한 핵실험 등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현 회장은 2014년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뒤 지난해에서야 끊긴 민간 교류의 물꼬를 텄다.
현대아산은 정몽헌 전 회장 추도식과 관련 이달 중순께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내고, 방북과 관련한 실무 준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회장의 기일인 4일이 휴일인 만큼 추도식을 앞당겨 2일 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토요일과 겹쳐 하루 앞당긴 3일 열고 육로로 방북해 당일 돌아왔다.
현대아산 측은 방북 승인 절차까지 약 2~3주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중순께 통일부에 접촉 신청서를 제출한 뒤 북한 측에 방북 의사를 전달하고, 북측에서 초청 허가를 하면 다시 통일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올 2월에도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했고, 남북미 회동도 잘 마무리된 만큼 이번 방북 가능성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무난히 방북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행사 날짜와 방북 규모 등은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남북경협 재개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관한 논의를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추도식엔 북한에서도 비중있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정일 시대부터 대남 관계에서 잔뼈가 굵은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을 포함한 약 20여명의 북한 인사가 참석했다.
7대 대북 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해 물밑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해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본격 가동했다.
다만 남북경협이 본격화하기 위해선 유엔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과의 합작사업 또는 협력체의 설립·확장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남북미 회동에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협상이 계속돼 뭔가 일어나면 그때 제재에 대해 얘기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지난 11년간 흔들림 없이 남북경협을 준비해왔다”며 “일희일비 하지 않고 사업 재개를 위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