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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좌제' 公기관 연대보증 폐지 후 보증거절 오히려 줄어

박종오 기자I 2018.11.01 14:3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올해 초 금융 공공기관의 연대 보증 제도를 전면 폐지한 이후 법인이 보증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은 것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법인 기업 보증 거절 건수는 올해 4~9월 109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09건)보다 118건 감소했다. 보증 거절액도 4110억원으로 전년(4409억원) 대비 299억원 줄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4월 2일부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금융 공공기관의 연대 보증을 전면적으로 폐지했다. 2012년 공공기관과 은행권의 제3자 연대 보증을 폐지하고 창업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난 중소기업에 한해 오너인 법인 대표자 1명의 연대 보증 제도를 유지하다가 대표자 보증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신규 보증 및 대출과 기존 보증·대출 증액 시 연대 보증은 즉각 폐지하고, 기존 보증·대출의 경우 5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도 공공기관이 보증하는 대출액의 85%를 제외하고 자체 신용으로 지원하는 15%에 연대 보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그러나 이런 정책 방침에도 금융 공공기관의 보증 공급 규모는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대 보증 제도 폐지 이후인 지난 4~9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전체 보증 공급액은 37조8400억원으로 작년 4~9월(38조127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창업 기업 보증 공급액의 경우 15조6485억원으로 되레 작년(13조9669억원) 대비 1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또 연대 보증을 면제한 법인 기업의 신규·증액 보증 공급액은 올해 4~9월 5조737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1160억원)보다 414%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권의 경우 신규·증액 보증부 대출을 전액 연대 보증 없이 실행하고 대출 금리도 올해 4~9월 3.47%(7개 은행 평균)로 연대 보증 폐지 이전(3.51%)과 비슷하게 책정했다. 손주형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사업경력·기술력 등과 관계없이 모든 법인의 신규·증액 보증에 연대 보증을 폐지해 정책 실효성이 대폭 확대됐다”고 자평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올해 하반기(7~12월) 중 기존 보증기업에도 연대 보증 폐지를 위한 책임 경영 심사를 할 방침이다. 기업 대표자의 도덕성·책임성·신뢰성 등을 평가해 심사를 통과하면 연대 보증을 폐지하고 통과하지 못한 기업도 향후 재심사를 거쳐 연대 보증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내년 중 책임 경영 심사 평가 지표 개발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을 하고 보증 기관의 전문 심사 인력 확충, 업무 실적 평가 기준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열린 연대 보증 폐지 추진 상황 점검 회의에서 “연대 보증 폐지로 보증기관 부실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면서 “성공적인 연대 보증 폐지를 위해 보증기관과 은행이 기업의 신용·성장성·무형자산 등을 정교하게 평가해 담보나 보증 없이 자금 회수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선진화한 심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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