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성폭행 죄값 못 털어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종합)

이정훈 기자I 2017.04.04 16:56:40

폴란스키, 1977년 성폭행 선고 앞두고 해외도피
사건종결 요청에 美고등법원 "요구할 권리없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후 40년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폴란드 출신의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3)가 이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제출한 요구가 미국 법원에서 기각됐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고등법원 소속 스캇 고든 판사는 이날 폴란스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경우 과거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도록 사건을 종결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고든 판사는 앞서 지방법원이 선고한대로 “폴란스키는 법원측에 어떠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폴란스키는 그가 사건 첫 판결에서 선고된 형량보다 훨씬 오랫동안 철창신세를 졌다면서 사건종결을 요청했다.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던 거장 폴란스키 감독은 지난 1977년 당시 13세이던 사만다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그는 42일간 구금된 뒤 플리 바게닝(유죄협상제도)의 일환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판사가 플리바게닝을 파기하고 수십년 징역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전해 들은 폴란스키는 선고 직전 파리로 도주했다. 그러다 2009년 미국 요청에 따라 영화상 수상차 방문한 스위스 당국에 체포돼 300일 넘게 구금 및 가택연금 상태로 있었다.

폴란드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폴란스키는 미국에서 도피한 이후 주로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수시로 폴란드를 방문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앞서 스위스와 폴란드에 폴란스키의 인도를 요청했으나 양국 모두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폴란스키측 변호인인 할랜드 브론은 지난달 캘리포니아 법원에 보낸 서한에서 “폴란스키 씨는 이제 83세로, 오래 끌고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과정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판사가 그가 더는 수감되지 않아도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 폴란스키 씨는 이 소송을 매듭짓고 죽은 아내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올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폴란스키는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법원에 출두해 성폭행 혐의에 따른 추가 처벌을 받을지 여부를 결론지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피해자인 가이머는 폴란스키가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당시 13세이던 자신을 샴페인과 수면제를 먹이고 강간했다는 내용의 책을 출간했다. 폴란스키는 ‘로즈메리의 아기’, ‘차이나타운’, ‘테넌트’ 등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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