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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박종호·박진아·이은경·이재헌 작가 등 4인이 참여한다. 기획은 황연주와 스페이스 소포라가 맡았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누군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일은 상대를 향한 깊은 관심이자 온기의 표현”이라며 “우리는 사람과 풍경 대신 인공의 화면과 디지털 결과물에 눈길을 빼앗기며 살지만, 퇴근길의 옅은 노을이나 이웃의 웃음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작은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기계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결국 우리의 눈길이 닿는 곳은 ‘너와 나’, 곧 인간”이라며 “네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인간 군상을 통해 ‘다시, 사람이 중심이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호 작가는 아이와 어른 사이의 틈새를 떠도는 인물을 그린다. 그는 2006년 첫 전시에서 사육되고 소비되는 인간의 비극적 실존을 돼지와 깡통에 빗댄 회화와 사진을 선보였다. 2012년 이후에는 개인의 기질이 기억과 경험 속에서 어떻게 굳고 변해 가는지를 주제로 소설과 회화 작업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를 지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넓은 바다 앞에 홀로 선 작은 인물을 담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2026), 흐린 해변을 걷는 소년의 뒷모습을 그린 ‘좋은 날’(2025) 등을 선보인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박종호는 어린아이의 형상을 빌려 쉽게 다치고 흔들리는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개인의 상처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연대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진아 작가는 일하는 사람의 현장을 화면에 불러들인다. 전시 테크니션, 피아노 조립공, 요리사처럼 특정한 전문 공간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그의 주인공이다. 그는 일상의 장면을 스냅사진으로 포착한 뒤 캔버스 위에서 거듭 손을 대며 새로운 시간의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국제갤러리, 성곡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08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아노 공장 작업장을 그린 ‘피아노 공장 10’(2025), 촬영 조명을 세우는 두 남자를 담은 ‘조명 준비 02’(2025) 등을 소개한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박진아는 노동 그 자체보다 노동을 감싸는 공간과 현장의 공기에 주목한다”며 “과장 없는 담백한 호흡으로 노동을 일상의 흐름 속에 담아낸다”고 말했다.
이은경 작가는 자화상을 통해 타인을 발견한다. 유년기를 아프리카 세네갈과 러시아에서 보내며 사실주의 회화를 익혔고, 서울로 돌아온 뒤 회화와 판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와 표현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인간 사회 내부의 미세한 불안과 균열,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긴장을 화면에 섬세하게 드러낸다. 갤러리 밈, 캐나다 토론토 게일스 갤러리(Gales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잠들 수 없는 밤’(2022), 가로 4m가 넘는 대작 ‘나는 제대로 우는 법을 배워 본 적이 없다’(2021) 등을 선보인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이은경에게 자화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로 스스로를 마주하는 통로”라며 “그 통로를 지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담아낸다”고 전했다.
이재헌 작가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고립된 현대인에게 실존을 묻는다. 그는 회화의 가능성을 화가의 몰입과 실존적 붓질에서 찾는다. 회화사를 화가의 입장에서 연구하며 실존적 형상과 미지의 공간을 한 화면에 결합한다. 미국 뉴욕 매니지먼트(Management), 갤러리SP, 플레이스 막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페이스 갤러리, 홍콩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뷰어017’(2020~2022), 얼굴이 흐릿하게 지워진 인물을 그린 ‘여인의 초상’(2021~2022) 등을 소개한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이재헌은 캔버스 위에서 ‘칠하고 지우는’ 붓질을 되풀이한다”며 “흔들리는 실존의 경계를 다시 세우고 오늘을 살아내는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2023년 정동에 다시 만들어진 정덕원에 있다. 정덕원은 임진왜란 이후 궁으로 승격되기 전 인수대비의 집무실이었고, 경운궁 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제사를 올리는 곳이었다. 또 이곳은 예전 고종이 머물던 경운궁(현 덕수궁)에 속해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소포라는 이러한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현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적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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