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선정하고 AIDC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키우고 있다. 정부는 AIDC를 18GW급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6월 2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보고회를 주재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AIDC가 민간 기업의 개별 투자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네이버(NAVER(035420))도 엔비디아·브룩필드와 함께 AI팩토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초대형 AIDC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현행 세제는 AIDC의 실제 사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AI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고 GPU와 전력·냉각·공조시설 등에 대해 대·중견기업 기준 15%의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AIDC의 핵심 사업 방식인 코로케이션(임대)은 공제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GW급 AIDC 구축에 약 7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18GW급 대규모 인프라 구축 목표를 제시한 만큼 세제 제도가 실제 투자 구조를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박균택·안도걸·양부남·임문영·전진숙·정준호·정진욱·조인철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AI 데이터센터 국가 기반 시설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AIDC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조영임 가천대 교수는 국내 AIDC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문제로 ▲AI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이 반도체보다 낮은 점 ▲전력·냉각 설비 등이 세액공제 대상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은 점 ▲AI 핵심 패키지인 클라우드 사업화 시설의 낮은 공제율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공백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미국은 첫해 100% 즉시 비용 처리를 해주고 인도는 20년 면세 혜택을 주는 등 글로벌 국가들은 인프라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조특법상 냉각·전력 설비를 일체형 인프라로 인정하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한시적인 ‘브릿지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등 법안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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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는 특히 ‘자가 사용’을 전제로 한 현행 세액공제 구조가 AIDC 사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영탁 SK텔레콤(017670) AIDC통합추진단 대외협력담당 부사장은 “일반 데이터센터와 AIDC는 구분돼야 한다”며 “기존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시설이라면 AIDC는 대규모 연산과 학습·추론을 통해 지능을 생산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1GW급 AIDC를 짓는 데 70조원 이상이 드는데 어떤 단일 기업이 이를 전부 자가 소비할 수 있겠느냐”며 “AIDC의 본질은 ‘지능을 대량 생산해 외부에 공급하는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는 161개, 약 2.5GW 규모다. 한국전력에 접수된 수요를 기준으로 보면 2030년까지 약 150개, 9.3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용량의 약 4배에 달하는 신규 수요가 5년도 남지 않은 기간에 집중되는 셈이다.
문제는 현행 세액공제 제도가 기업의 ‘직접 사용’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전문 사업자가 대규모 AIDC를 구축한 뒤 여러 기업에 공간과 설비를 제공하는 코로케이션 방식은 공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부사장은 “AIDC는 내가 필요해서 내가 쓰려고 만드는 영역이 아니다”며 “생산한 지능을 외부에 제공하는 것이 AIDC의 기본적인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시설이고 생산한 지능을 외부에 전달하는 코로케이션, 즉 임대라는 기본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에 현행 제도에서는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 15%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15% 공제를 받는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경제부 “임대 제한 원칙”…과기부 “자가·임차 모두 AIDC”
정부는 코로케이션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국가전략기술에 AI를 포함한 것은 산업적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라면서도 “자체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대해 공제 대상을 제한하고 임대를 제한하는 원칙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DC가 국내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AIDC를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가 국내 AI 산업 자체를 지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자체 수요 외의 투자까지 지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DC의 개념 자체가 자가 사용과 임대형을 모두 포괄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장은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데이터센터는 자사용이나 임차용이나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본다”며 “AIDC 특별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액공제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국내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AIDC 투자에는 지원 필요성이 있지만, 해외 기업을 위한 시설까지 동일하게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카카오 “AI 세액공제 20%로”…지방 이전 세제 공백도
자체적으로 AIDC를 구축·운영하는 기업에서도 공제율 인상과 지방 이전 과정의 세제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세웅 카카오(035720) 부사장은 “카카오는 AIDC 사업자라기보다 자체 사업을 위해 내부적으로 구축하는 형태”라며 현재 15% 수준인 AI 분야 투자세액공제율을 반도체와 같은 20%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규제와 전력 분산 정책에 맞춰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세제 사각지대도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데이터센터 이전을 검토하거나 추진할 경우 전환기 투자를 뒷받침할 지원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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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지원의 시점과 장기적인 재정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도 나왔다.
김진기 한국항공대 교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고,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다”며 “정부 차원의 세제는 강력한 툴인데 지금 써야 한다. 나중에 뒤처지고 나면 세제도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20년 장기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라 이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세제 혜택을 주면 당장은 세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 인프라 투자를 과감하게 지원해 생태계가 살아나면 5~7년 후에는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 효과로 세수가 약 20% 이상 증대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IDC는 단순한 서버 보관시설을 넘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GPU·전력·냉각·네트워크 등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제 제도가 실제 투자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면 국내 AIDC 투자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18GW급 AIDC 구축이라는 초대형 목표를 제시한 만큼 이제 관건은 국가 차원의 투자 계획과 실제 기업의 투자 환경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2030년 전후를 국내 AIDC 산업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지금이 조특법과 관련 시행규칙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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