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사 우대=법 위반은 아냐…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신중해야"

김국배 기자I 2022.11.21 18:57:32

인기협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
전문가들 "플랫폼 자사 우대, 법 위반 아닐 수도…부당성 입증돼야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 고려해야"
공정위 "새로운 규제 아니다" 재차 강조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플랫폼이 자사 상품 등을 우대하는 ‘자사 우대’ 행위가 반드시 위법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마련하기로 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등 규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승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오기형(더불어민주당)·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판단될 수는 없고, 연관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입증된 경우에만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김국배 기자)


가격과 품질에 근거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상위 시장에서 선점한 입지를 이용해 경쟁자와 거래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자신에게 유인함으로서 경쟁자의 고객 접근성을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시장 봉쇄 가능성’을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부유한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아버지의 경제력에 힘입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얻고 사회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를 사회 질서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표현했다.

전상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자사 우대 자체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일반적인 현상에 가깝고, 많은 경우 자사 우대는 품질 개선, 소비자 혜택(가격), 안전 문제 등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이뤄지며 큰 지적을 받지 않았다”면서 “자사 우대가 하나의 새로운 행위 유형이라거나 그 자체로 법 위반으로 보는 시각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통 기업의 자사 제품 판매 비율 통계를 보면 스페인, 영국, 독일 모두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자사 우대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비자 선택에 따른 독점과 부당한 방법을 통한 독점은 구별돼야 한다”며 “경쟁법 상의 정부 개입은 어디까지나 사업자가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독점력을 획득했거나 유지·강화하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경쟁법 원리”라고도 했다.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도 “자사 우대 행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이라기보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도 많이 나온다”며 “기존 공정거래 법령에 따라 위법성 등을 판단하면 될텐데 왜 굳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심사지침을 제정하면서까지 규제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플랫폼 간 역차별 우려도 나왔다. 전 변호사는 “플랫폼은 국경이 없고,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거점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심사지침에서는 역외 적용과 관련해 영업 거점을 두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무상 위원회의 직접적인 조사나 법 집행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바 국내 플랫폼과 해외 플랫폼 간 역차별 논란이 없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우려에 공정위 측은 “이번 심사지침 제정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용호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현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과 불공정행위 심사지침은 플랫폼 분야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심사지침은 플랫폼 분야에서 다른 산업 분야와는 다른 특징과 여러 가지 특유의 법 위반 행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사 기준을 제정하게 되면 공정거래법 집행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고, 사업자들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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