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株 위주 코스닥…조정장서 비교적 덜 빠져

고준혁 기자I 2020.06.11 18:57:11

11일 코스피 0.86%↓ 반면 코스닥 0.21%↓로 낙폭 작아
FOMC서 '0 금리' 2년간 유지 확인…성장 프리미엄 더 부여된 격
"파월 '금리인상 생각도 안했다' 덕에 성장株서 더 뛰놀아도 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단기 과열 부담으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아우 격인 코스닥이 형님인 코스피보다 하방 압력을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로(0) 금리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밝히는 등으로 이에 유리한 성장주(株)중심으로 코스닥이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열흘만에 하락 마감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국내 증시는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침체된 실물 경기에 비해 주가는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중이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91포인트, 0.86% 하락, 2176.7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이 멈춘 것이다. 코스닥 지수도 하락했지만 비교적 낙폭이 작았다. 1.56포인트, 0.21% 하락한 757.06에 거래를 마쳐 6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장중 최고치와 최저치로 비교했을 때 코스닥의 방어력은 더 돋보인다. 코스피는 장 중 한때 0.23% 올랐다가 2.15% 떨어졌으나 코스닥은 1.10%까지 올랐다가 0.87% 하락했다.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안정적일 수 있었던 건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확실시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해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이후 연초 1.50~1.75%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0.00~0.25%로 낮췄다. 이날 새벽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금리 인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2022년까지 현 제로(0) 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향후 2년간은 저금리 기조가 확정되면서 순환매 상승장 시작을 알렸던 성장주에 이목이 더 집중된 셈이다. 저금리는 통상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유리하다. 자본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부여할 수 있어서다.

이날 코스닥 지수 하락폭이 코스피에 비해 작은 것도 성장주 종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닥은 개인이 1800억원대 순매수했음에도 기관이 8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하락 마감했다”며 “업종별로는 성장주인 제약·바이오가 1.5% 상승해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간밤에 마감한 미국 뉴욕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전날 대비 0.67% 오른 1만20.35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만스닥 시대’를 연 반면,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각각 1.04%, 0.53% 하락 마감한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에서도 성장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005930)(-2.0%)와 SK하이닉스(000660)(-2.5%), 현대차(005380)(-2.7%) 하락한 데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11%), 셀트리온(068270)(7.26%), LG화학(051910)(5.23%) 크게 올랐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밤사이 미 주식시장도 나스닥 지수 위주로 상승세를 보이고 경기민감주는 부진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은 패시브 성격의 바스켓(비차익 프로그램) 수급에선 순매도했으나 헬스케어, 2차전지 등 성장주에 대해 순매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주 강세는 연준이 2년간 제로 금리를 확정한 만큼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어릴 적 해지기 직전까지 집 앞에서 축구하고 놀다 보면 어머니가 저녁을 먹으라며 부를까 봐 불안해질 때가 있는데 이때 ‘밥이 늦어 좀 더 있다 들어와라’란 얘길 들으면 더 힘껏 뛰놀았던 기억이 있다”며 “이처럼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생각도 안 해봤다고 한 덕에 향후 2년간은 마음껏 성장주에서 뛰놀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