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인 퓨젠바이오와 씨엘바이오가 그 당사자들이다. 소송전은 퓨젠바이오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라는 신종버섯균주에 관련한 특허 및 균사체 배양 기술을 씨엘바이오가 도용했다며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퓨젠바이오는 특허심판원에도 씨엘바이오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취소신청을 제기했다.
두 회사가 회사의 사활을 걸고 전개중인 소송 이면을 살펴보면 메디톡스(086900)가 대웅제약(069620)을 상대로 자사의 보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혐의로 수년쨰 국내 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특히 두 소송은 법적 분쟁의 발단이 ‘균주’ 도용 혐의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여기에 두 케이스 모두 전 직원이 이직하면서 균주 및 제조공정을 훔쳐갔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동일하다. 메디톡스가 자사의 전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면서 보톡스 균주 및 제조공정을 훔쳐간 것을 의심하는 것처럼 퓨젠바이오도 씨엘바이오로 이직한 근무자가 균주 제조기술등을 가져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 최종백 씨엘바이오 대표는 퓨젠바이오의 연구개발 관계사인 바이오파마 리서치랩에서 상무로 근무하다 2015년 퇴직하고 같은해 씨엘바이오를 창업한 인물이다.
소송의 발단이 된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는 참나무나 적송에서 자라는 구멍장이과 버섯에 기생하는 백색 부후균의 일종이다. 이 균주는 당뇨병 예방 및 치료제로 활용된다. 퓨젠바이오는 이 균주에 대해 당뇨병, 고혈압, 면역력 제고 효과등 20여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 오는 5월부터는 이 균주를 활용한 혈당조절용 기능식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씨엘바이오는 퓨젠바이오의 균주와 전혀 다른 균주를 사용하고 있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종한 씨엘바이오 전무는 “퓨젠바이오가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신종버섯균주에서 유래한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와 자사의 ‘세리포리아 라마리투스’ 균주는 엄연히 다른 종류다”며 “자체 보유한 바이오기술로 우수한 균주를 선발하여 육종교배해서 새로 만든 인공균주다”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퓨젠바이오는 자사의 균주 및 제조공정을 씨엘바이오가 도용했다고 확신한다.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는 “신종 버섯균주에서 유래한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와 관련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천특허를 피해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씨엘바이오는 우리의 이 균주 관련한 특허를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는 특허심판원과 서울중앙지법 모두 퓨젠바이오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면서 씨엘바이오 손을 들어주면서 퓨젠바이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하지만 지난달 씨엘바이오가 법원이나 특허심판원에 제출했던 유전자분석 보고서가 위조됐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퓨젠바이오가 반전의 기회를 잡은 형국이다.
씨엘바이오는 한국미생물보전센터에 유전자분석을 의뢰해 확보한 분석보고서를 조작,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당초 이 보고서에는 양사의 균주가 99% 동일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씨엘바이오는 이 숫자를 97%로 바꾸고 이를 근거로 두 균주가 다르다는 논리를 편 것이 탄로난 것이다.
한국미생물보전센터도 보고서 원본과 씨엘바이오가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가 서로 다르다고 확인했다. 이 사건을 담담하고 있는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씨엘바이오 대표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황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씨엘바이오는 이 법적소송은 일단락 됐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원과 특허심판원에서 씨엘바이오가 사용하는 균주가 퓨젠바이오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것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씨엘바이오의 최전무는 “아무런 근거없이 씨엘바이오를 상대로 악의적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퓨젠바이오에 대해 가혹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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