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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 불확실성 해소…업계 본격 대응 예상
22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23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감사인 등록제 관련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증선위 심의 후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감사인 등록제란 일정 기준의 회계법인에만 상장사 외부감사를 허용토록 한 방안이다. 주사무소 소속 공인회계사 40인 이상, 감사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중소회계법인이 40인 이상 요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도 확정이 늦어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감사인이 40명 미만인 회계법인은 147개로 전체의 84%에 달한다. 상장사 외부감사가 가능했지만 이를 불허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지난해 ‘과도한 인원 규제는 중소·지방회계법인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정안은 감사인 40인 이상이라는 요건은 유지하되 지방 회계법인은 20인 이상이어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정된 인력 확충이 쉽지 않고 소재지 특성을 고려해 조치라는 판단이다. 다만 소속 공인회계사 기준을 주사무소로 한정한 요건은 바뀌지 않았다.
감사인 등록제를 확정하면 그동안 불확실성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던 중소 회계법인의 대응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회계법인의 분할·합병의 근거를 마련한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적 걸림돌은 사라졌다. 중소 회계법인들의 성장은 회계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라는 것이 정책 취지”라며 “중견 회계법인들이 등장해 감사 품질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 “회계사 규모 늘려라”…합종연횡 이어질 듯
실제 중소 회계법인간 합병이 활발하다. 우선 인덕·진일·정일회계법인과 지성회계법인·회계법인예교는 이달 23일 각자 협약·조인식을 열어 합병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소속 공인회계사 수가 많아야 50명 수준인 중소 회계법인으로 감사인 등록제에 대응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 양자 또는 삼자 간 합병을 넘어 추가 합병도 고려 중이다.
주사무소 기준 회계사 600명 이상은 가군, 120명 이상 나군, 60명 이상 다군 등으로 분류해 감사 대상 기업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기업당 감사시간과 투입 감사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기회 삼아 외부감사 업무를 확대하자는 계산도 깔렸다.
인덕·진일·정일의 주사무소 공인회계사는 140명 수준으로 나군 진입을 예상하고 있지만 추가 합병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지성·예교는 합병 후 약 50명을 확보했지만 앞으로도 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군에 편입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말 합병을 결정한 성도·이현회계법인도 통합 후 130여명의 회계사를 보유하게 된다.
남기권 진일회계법인 대표는 “감사인 등록제를 시작한 후 회계사를 늘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합병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감사 규모를 확대해 대형 회계법인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수 지성회계법인 대표도 “이번 합병은 감사인 등록제 시행에 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추가 합병도 검토해 최종 공인회계사 120명 수준의 대형회계법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